정부가 내년부터 경유에 값비싼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혼합하도록 하면서 석유제품 수입업체에 대해서는 이를 한시적으로 면제해주는 예외조항을 둘 것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정유업계는 이에 대해 “정부가 기름값 인하 압박이 ‘약발’이 먹히지 않자 수입업자에 특혜를 줘 정유회사를 역(逆)차별하는 무리한 정책을 쓰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국내에서 대부분 차량용 연료로 쓰이는 경유는 연간 소비량이 휘발유의 1.7배에 이른다. ○ 바이오디젤 혼합 의무화하면 경유가격 L당 11.6원 상승
22일 지식경제부와 정유업계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의 하나로 내년부터 경유에 2%의 바이오디젤 혼합이 의무화되고, 그동안 바이오디젤 보급 확대를 위해 적용해온 일부 세금감면 혜택도 사라진다. 이렇게 되면 국내 정유사의 경유 공급가격은 공장도 가격 기준으로 L당 11.6원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부는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규정을 연간 20만 kL 이하의 물량을 수입하는 석유 수입업자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부 수입업체는 석유제품 저장탱크조차 임대해서 쓸 정도로 규모가 작아 자체적으로 혼합설비를 갖추기 어려운 점을 고려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영세 석유 수입업자에 대한 혼합의무 면제는 한시적이며, 이를 언제까지 적용할지는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정유사에 대한 역차별이 아니라 수입업계의 현실을 감안한 조치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이에 대해 “바이오디젤을 혼합하는 데는 그다지 큰 비용이나 인력투자가 필요하지 않다”며 반박하고 있다. 석유 수입사에 대해 최근 비축의무 폐지, 저장요건 완화 등 잇달아 혜택을 준 정부가 바이오디젤 혼합의무까지 면제해주면 중소 석유수입사가 난립해 시장이 혼탁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정유사들의 주장이다. ○ 정유업계 “바이오디젤 혼합의무 면제 속내는 기름값 인하 압박”
정유업계는 정부가 석유 수입사에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를 면제해주려는 속뜻은 따로 있다고 주장한다. 바이오디젤을 섞지 않은 값싼 수입 경유를 시장에 풀어 국내 정유사와의 가격경쟁을 유도해 기름값 인하를 압박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석유수입사에 혜택을 주면 일부 수입사는 수입물량을 혼합의무 부과 기준 이하(20만 kL)로 낮추기 위해 법인을 ‘쪼개는’ 등 편법을 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시장점유율이 미미한 석유 수입업자들이 바이오디젤 혼합의무를 면제받아도 기름값을 내리기보다 국산 경유와 비슷하게 가격을 책정해 이익을 늘리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바이오디젤에 대한 면세혜택 부여 중단이 적절하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는 매년 20조 원에 이르는 각종 유류세를 거둬들이고 있으며, 올해는 특히 기름값 상승에 힘입어 이미 세수(稅收) 목표를 6000억 원 이상 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유에 혼합하는 바이오디젤에 대한 세금 감면혜택을 없애면 이는 경유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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