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5정전 불똥… ‘전력 민영화 10년’ 도루묵?

동아일보 입력 2011-11-11 03:00수정 2011-11-11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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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전력거래소 수급기능 한전 재이관 추진
10여 년간 추진돼 온 국내 전력산업의 구조개편 작업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올해 9·15 정전사태가 한국전력거래소의 허술한 수요 예측으로 발생한 인재(人災)였다는 지적에 따라 국회가 전력거래소의 수급조절(SO) 기능을 다시 한국전력공사로 이관하는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력거래소의 기능이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면서 국내 전력산업의 구조는 2001년 상황으로 돌아가게 된다.

법안 통과를 놓고 이해관계자들의 로비가 치열한 가운데 15일 열리는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 내정자 청문회에서도 SO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것에 대한 지경부의 공식 의견을 내놓으라는 질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 기형적인 국내 전력산업구조


지난달 5일 국회 지식경제위원회의 정태근 의원(한나라당)은 전력거래소의 SO 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전기사업법’과 ‘한국전력공사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전기사업법 개정안에는 SO 업무를 전력거래소에서 한전으로 이관하는 내용이, 한국전력공사법 개정안에는 한전의 업무범위에 SO 업무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정부는 2001년 한전으로부터 SO와 전력시장 관리(MO) 기능을 분리해 전력거래소를 설립했다. 한전에 집중된 전력운영 기능을 ‘발전사 분리 후 매각→전력거래소 설립→전기 판매회사의 복수화’를 통해 민영화하자는 것이었다. 경쟁체제를 도입해 가격을 낮출 의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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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발전회사 매각이 이뤄지지 않았고 2004년 한전의 판매 부문을 분리하려는 정책이 좌절되면서 민영화는 일단 중지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전력산업은 정부의 수직 독점체제도 시장경쟁체제도 아닌 기형적 모습이 됐다.

결국 민영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전력 수급과 전력망 관리 기능이 분리되면서 이번 비상사태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는 게 이번 법 개정을 추진하는 논리다.

○ 법안 막는 데 필사적인 전력거래소


현재 이 법안은 김영환 지경위 위원장 및 김재경, 조경태 여야 간사위원 등 25명 전원의 동의를 받아 이달 말이면 지경위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까지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SO 기능을 떼어 내면 조직의 30%가량이 줄어드는 전력거래소는 법안 통과를 막기 위해 관련 의원들을 만나 필사적으로 반대 논리를 펴고 있다.

전력산업 민영화를 주도해 온 지경부 역시 법안 통과에 부정적이다. 국회 지경위 관계자는 “김정관 2차관은 2001년 민영화를 주도한 대표적인 공무원으로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자신이 펴온 정책이 정면으로 뒤집히는 데다, 전력거래소의 이사장이 지경부 고위 공직자들의 퇴임 후 자리라는 것을 고려하면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계열사들이 주축인 민간 발전사들이 법안 통과를 반대하는 점도 변수다. 박수훈 민간발전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20일 기자회견에서 “한전이 전력수요 예측과 공급량을 결정하면 민간 발전사들에는 불리한 조건을 제시할 우려가 있다”며 법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 전력산업의 개편 원점 우려

한전은 이번 기회를 SO 기능을 되찾을 절호의 찬스로 보는 분위기이다. 정전사태로 지경위 여야 의원들로부터 공감대를 얻은 데다, 내년 4월 총선 준비로 바쁜 의원들이 반대 논리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법안이 통과되면 10년 이상 끌어온 전력산업구조 개편이 원점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법안이 통과되면 전력거래소는 단순한 시장관리 역할에 그쳐 결국 폐지론이 나올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민영화를 염두에 두고 분리된 발전회사를 재통합하자는 논의로까지 확대될 수 있다.

한전 발전자회사 관계자는 “전력거래소를 없애고, 발전 자회사들이 통합되면 고위직 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만큼 한전이나 발전회사의 간부사원들은 통합을 반대할 수 있어 통합을 주장하는 노조와 갈등이 불거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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