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회장 선거, 링 오르기 전부터 시끌시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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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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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부터 후보자 등록… 각종 논란 왜?

총자산 287조 원, 계열사 22개, 회원 245만 명의 거대 조직인 농협중앙회를 이끌어갈 회장 선거가 18일 치러진다. 후보자 등록이 4일로 다가온 가운데 농협 안팎에서는 이번 선거전에 최원병 현 농협중앙회장을 비롯해 최덕규 경남 합천 가야농협 조합장, 김병원 전남 나주 남평농협 조합장 등 4, 5명의 후보자가 출사표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최 조합장과 김 조합장은 4년 전에도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인물로, 특히 김 조합장은 지난 선거에서 4.6% 표 차로 최 회장에게 밀린 바 있다.

○ 300만 농협인 대표

농협중앙회장은 어지간한 대기업을 능가하는 자산과 22개 계열사 조직을 총괄하는 자리다. 300만 농업인을 대표하기 때문에 사실상 ‘지방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형식적으로는 비상근 명예직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제로는 인사권 등 중요 결정 대부분을 내린다. 농림수산식품부도 농협에 의존할 때가 많다. 농식품 물가 안정 대책의 핵심 카드로 즐겨 쓰는 ‘특별 매수’나 ‘특판 행사’는 농협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정책이다.

현재 농협은 내년 3월까지 ‘신용(농협 금융)’사업과 ‘경제(농산물 판매)’사업을 분리해야 하는 수술대 위에 놓여 있다. 농협 설립 50년 만에 이뤄지는 이 개혁의 근본 목적은 농협의 경제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이 작업이 잘 진행돼야 향후 농민과 소비자가 각각 질 높은 소득과 농산물을 누릴 수 있게 된다. 농협중앙회장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인 셈이다.

○ 선거 앞두고 잡음

하지만 최근 농협중앙회는 본격적인 후보등록이 시작되기도 전부터 선거와 관련한 각종 논란과 소동에 바람 잘 날 없는 분위기다. 유력 후보들을 비방하는 투서와 신고가 난무하고 있는 것.

이 중 관심거리는 최원병 회장의 재출마와 관련된 것이다. 최 회장은 최근 “농협 개혁 작업을 끝까지 마무리하고 싶다”며 재출마 뜻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농협 노조는 농협중앙회 건물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등 반발하는 모습이다. 농협 노조 관계자는 “올 초 농협 전산 사고가 있었던 데다 당초 예상한 정부 지원금도 6조 원에서 4조 원으로 줄어드는 등 농협 개혁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농협 관계자는 “최 회장의 재출마를 두고 이런저런 말들이 많지만 임명직도 아니고 선출직인데 결국 뽑힐 사람이 뽑히지 않겠느냐”며 “누가 나오든 (투표권을 가진) 대의원들이 잘 판단해서 적임자를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중앙회가 이처럼 회장 선거에 분주한 사이 농협 개혁은 표류하고 있다. 새 농협 출범(내년 3월)을 넉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서 “농협 개혁을 5년 후로 미루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이다. 지난달 31일 최인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장(민주당)은 “당초 약속한 것보다 정부 지원금이 적어 농협 개혁이 제대로 되기 힘들다”며 농협의 사업구조개편 시행 시기를 2017년 1월 1일로 연기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는 선거 이슈 때문에 사실상 이에 응대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농업계의 한 관계자는 “농협중앙회장이란 자리가 워낙 정치적 이해관계가 크고 복잡한 자리다 보니 농협 자체보다 회장이 더 조명을 받는 경향이 있다”며 “선거가 끝난 뒤에도 농협 개혁보다는 선거 결과에 대한 논란과 후폭풍이 더 이슈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이번 선거는 농협 역사상 처음으로 시도되는 것들이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지금까지는 직선제에 의해 회장을 뽑았지만 이번부터는 각 지역의 대표 격인 대의원 조합장들이 해당 지역 조합장들의 의견을 수렴해 회장을 선출하는 간선제로 진행된다. 이전에는 전국 조합장 1178명이 투표권을 행사했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대의원(대표 조합장) 288명만 투표권을 갖게 되는 것.

또 이번 선거는 농협중앙회가 자체적으로 선거 관리를 하지 않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사무를 위탁해 치르는 최초의 선거이기도 하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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