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삼성-LG전자 “내년엔 공격적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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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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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경영계획 수립 앞둔 32대 기업에 물었더니…

《글로벌 경영환경이 날로 불확실해지고 있지만 국내 간판기업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내년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기로 했다. 동아일보가 국내 30대 민간기업과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공사의 경영전략 담당 임원을 대상으로 내년 경영계획을 설문조사한 결과 두 회사는 “위기는 기회다.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삼성전자, LG전자를 포함해 응답 기업의 69%가 “내년도 투자규모가 올해와 같은 수준이거나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기업들은 대부분 11월부터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들어가는데, 43%의 기업은 ‘상시적인 위기 대비’가 내년 경영계획의 가장 큰 화두라고 답했다.

○ 경쟁력 높이는 게 최우선

삼성전자의 올해 총 투자 규모는 26조 원이다. 내년에는 이보다 더 투자할 계획이다. 하지만 얼마나 늘릴지는 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같은 공격적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경쟁력을 높이자는 것이 회사의 경영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매출이 올해보다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회사는 2020년 4000억 달러 매출이 목표인데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해야 한다.

LG전자는 올해 투자 규모인 4조8000억 원과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내년에 감행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어려운 사업 환경이지만 전략사업과 미래 성장동력 사업에는 꾸준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매출 성장은 한 자릿수(5∼9%)일 것으로 예상했다. LG전자 관계자는 “내년에는 3차원(3D) 스마트TV, 4세대(4G) 이동통신서비스 롱텀에볼루션(LTE), 스마트가전 등의 시장 확대가 예상되고, 런던 여름올림픽 등의 호재가 있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한 자릿수 매출 성장을 예상했지만 수익성은 10%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고전을 면치 못했던 일본 업체들이 전열을 가다듬어 공세로 나오고 미국의 ‘빅3’인 GM, 포드, 크라이슬러도 안정을 찾아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포스코는 국제 금융위기에 대비한 여유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내년도 투자규모를 올해(6조 원)보다 10% 정도 줄일 예정이다. 올해 실적이 좋은 SK이노베이션은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과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44%가 “10% 정도 비용 절감”

기업들은 성장이 늘지 않는 이유(복수응답)로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 변수’(33%)와 ‘경기침체로 인한 소비둔화’(31%)를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조사대상 업체의 44%가 “10% 정도 비용을 절감할 것”이라고 응답해 긴축을 하는 기업이 많을 것으로 집계됐다.

사업계획 수립 과정이 예년에 비해 달라진 점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는 ‘상시적인 위기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응답과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는 응답이 각각 43%와 29% 나왔다. 전체 32곳 중 12곳인 38%는 ‘비용절감과 투자축소를 통한 안전경영’이 전반적인 기조라고 답한 반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SK네트웍스, 에쓰오일, 대우인터내셔널 등 5곳은 “위기는 기회.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으로 능동적으로 대처하겠다”고 답했다.

무응답 2곳을 포함한 32곳의 기업 모두가 구조조정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 “위기 아닌 해가 있었나”

내년도 사업계획에 대해 한 대기업 임원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 위기가 아닌 해가 사실상 없었다. 위기라고 일시적으로 투자에 손놓고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경영은 보수적으로 하되 미래를 위한 투자는 계속 해나가야 한다는 설명이다.

설문에 응한 대기업 중 10곳은 “경영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신중하게 하겠지만 신성장동력 등 미래를 위한 투자는 꾸준히 진행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에쓰오일 측은 “지금까지 불황기의 선도적인 투자가 회복기에 높은 성과 향상으로 이어진 경험이 많았다”며 “이에 따라 내년에도 공격적인 투자와 마케팅 기조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보다 10% 이상 투자를 늘리겠다고 밝힌 신세계는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리스크가 있다”면서도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 제2 도약을 위한 신사업 기회의 포착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비용절감을 통한 체질개선도 주요한 목표로 드러났다. 내년에는 올해(2조3000억 원)보다 많은 투자를 하겠다고 밝힌 LG화학은 “원가관리를 통해 10%가량의 비용을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텔레콤 역시 “시장 성장 둔화에 따른 철저한 비용절감 노력과 함께 필요한 투자는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김종년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런 투 트랙 전략은 대기업들이 최대한 보수적으로 경영하면서 신성장동력 등 미래 먹거리를 찾는 데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양손잡이 조직’으로 본격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 
 


구본무 회장 “어렵다고 투자 - 채용 위축돼선 안돼”

구본무 LG그룹 회장(사진)이 주력 계열사인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에도 불구하고 내년도 투자 및 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뜻을 밝혀 눈길을 끈다. 불황기에 과감한 투자로 반전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LG그룹은 다음 달 1일부터 한 달간 주요 계열사들의 올해 사업성과를 점검하고 내년도 사업계획을 세우는 ‘컨센서스 미팅(CM)’을 진행한다. LG생활건강 1일, LG상사 2일 등이며 사업영역이 방대한 LG전자와 LG화학은 다음 달 말쯤 CM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의에는 구 회장을 비롯해 각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와 사업본부장들이 참석한다.

구 회장은 이번 CM에서 유럽, 미국발 재정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과 함께 투자 및 인재확보 계획, 동반성장 추진현황 등을 집중 논의할 예정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구 회장은 “현재 어렵다고 해서 신사업과 연구개발(R&D)에 대한 투자, 인재 확보, 동반성장 노력이 위축되지 않도록 하라”고 주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구 회장은 지난달 말 인재개발대회에서도 “불황 때마다 CEO들에게 과감히 인재를 채용하라고 당부했는데 그렇게 용감한 CEO는 별로 없었다”며 “이제부터는 내가 더욱 독려하고 챙기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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