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즈, ‘마트옷’ 벗고 SPA브랜드 입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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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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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 의류브랜드 ‘데이즈’가 한국형 SPA 브랜드를 표방하며 싹 바뀌었다. 데이즈는 온 가족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을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패션’을 지향한다. 이마트 제공
이마트 의류브랜드 ‘데이즈’가 한국형 SPA 브랜드를 표방하며 싹 바뀌었다. 데이즈는 온 가족이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품질의 옷을 즐길 수 있는 ‘패밀리 패션’을 지향한다. 이마트 제공
제조에서부터 유통까지 패션회사가 책임지는 제조·유통 일괄형(SPA) 브랜드는 최근 국내외 패션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다. 자라, 유니클로, H&M, 포에버21 등 해외 SPA 브랜드가 속속 한국 시장에 진출해 매장을 늘려가고 있다. 해외 브랜드에 넋 놓고 안방을 내주는 것만 같던 국내 패션시장에 대형마트업계 1위인 이마트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존에 운영하던 자체브랜드(PL·Private Label) ‘데이즈’를 해외 SPA 브랜드 못지않은 패션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것. ‘마트옷’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데이즈 매장을 본보가 직접 다녀왔다.

○ 마트옷의 변신

18일 경기 파주시 운정동 이마트 파주운정점에는 데이즈 매장이 330m²(약 100평) 규모로 들어서 있다. 크게 넓어진 면적에다 다양해진 제품군이 눈길을 끌었다.

쌀쌀해진 날씨 탓에 매장 전면에 진열된 플리스점퍼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 보기만 해도 따뜻해지는 생생한 색감의 플리스점퍼에 붙은 가격표는 1만9900원. 조끼는 9900원이면 구입이 가능하다. 이마트 데이즈 담당 조윤희 과장은 “플리스점퍼와 함께 한파가 예상되는 올겨울에 유용할 다운점퍼를 5만9000원에 내놓을 수 있었던 것은 지난해 12월 상품을 미리 계획해 사전 주문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는 합리적인 가격만큼이나 데이즈의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상품 개발과 제품 조달, 디자인을 그룹 내 패션전문회사인 신세계인터내셔널에 맡겼다. 미얀마, 베트남, 방글라데시, 인도 등지로 제품 조달처를 확대해 원가 경쟁력을 높였다. 또 선진국 수준의 품질관리기준을 적용해 해외 SPA 브랜드 못지않은 제품 경쟁력을 갖췄다.

○ 친절한 데이즈 씨

여성 플리스점퍼
여성 플리스점퍼
이마트가 데이즈를 바꾸면서 디자인, 품질만큼이나 공을 들인 게 진열이다. 일반 의류매장과 달리 소비자의 제품 선택을 도와줄 판매사원이 없는 무인점포인 만큼 소비자들이 손쉽게 제품을 찾을 수 있도록 ‘친절한 매장’을 구현해야 했다.

그래서 매장 곳곳에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제대로 갖춰 입은 전신 마네킹을 세우고 그 주위에 마네킹이 입은 셔츠와 재킷, 바지를 색상, 사이즈별로 진열했다. 스타일링에 어려움을 겪는 많은 소비자에게 팁을 주는 셈이다. 이를테면 캐시미어 느낌이 나는 캐시라이크 브이넥 니트(1만3900원)와 퀼팅 점퍼(4만9000원), 치노 바지(2만9900원) 등 요즘 같은 간절기에 9만 원 남짓한 예산으로도 멋진 스타일을 연출할 수 있다. 조 과장은 “데이즈는 고급스러우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의 이른바 ‘밸류 패션’을 지향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이마트는 빈폴, 헤지스, 폴로처럼 정통 클래식 캐주얼을 즐길 수 있는 ‘팝 헤리티지’ 라인을 올가을 처음 내놓았다.

데이즈가 한국형 SPA 브랜드를 표방하는 만큼 한국인의 체형을 고려한 제품 디자인도 눈에 띄었다. 국내에 진출한 해외 SPA 브랜드들이 서양인 체형에 맞는 기장과 디자인을 내세워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은 옷에 몸을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데이즈는 재킷이 엉덩이를 반쯤 가리도록 기장을 늘리고 셔츠 품도 넉넉히 제작했다. 레깅스만 입기 어색한 30, 40대 여성 소비자를 위해 레깅스에 짧은 미니스커트를 덧붙이는 등 한국인에게 ‘친절한’ 디자인을 접목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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