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의 광고전문 계열사 이노션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녀인 정성이 이노션 고문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이 각각 지분 40%를 가진 대주주다. 이 회사의 상품거래 매출액은 2009년 1699억 원에서 지난해 2879억 원으로 크게 뛰었다.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20.1%를 소유한 현대차그룹의 시스템통합(SI)자회사인 오토에버시스템즈 역시 매출액이 10년 만에 10배 이상 뛰었다. 이 두 회사의 매출 급상승의 원동력은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의 물량을 대거 따냈기 때문이다. 실제 이 두 회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각각 47.72%와 85.38%에 이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4일 43대 대기업 집단의 1083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내부거래현황을 조사해 발표했다. 대기업들이 총수 일가가 지배지분을 소유한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계열사를 세워 계열사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재산 증식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자 공정위가 처음으로 대기업 전체의 내부거래 현황을 분석해 공개한 것이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을수록, 비상장사나 규모가 작은 계열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조사돼 일부 대기업이 재산 증식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를 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 등 특수관계인이 지분 30.17%를 보유한 현대모비스는 현대차·기아차와의 내부거래로 올린 매출이 6조5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97.7%를 차지했다. 또 현대모비스가 지분 90%를 보유한 현대IHL은 현대모비스와의 내부거래가 2000억 원으로 전체 매출의 79.4%를 차지했다. 삼성그룹의 경우 삼성전자가 50%의 지분을 보유한 에스엘시디가 올린 매출 6조4000억 원 전액이 삼성전자와의 내부거래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 일가가 지분을 많이 보유한 SI, 광고 등 서비스 관련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도 높았다. 총수 일가 지분이 100%인 CJ계열사 씨앤아이레저산업은 내부거래 비중이 97.1%, 총수 일가가 93.3%의 지분을 보유한 GS아이티엠은 내부거래 비중이 80.8%에 달했다.
또 공시의무가 적은 비상장사의 내부거래 비중은 22.59%로 상장사 8.8%보다 2배 이상 높았고 자산총액이 1조 원 미만인 계열사의 내부거래 비중이 30.1%, 100억 원 미만인 계열사는 54.4%로 계열사 규모가 작을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 일가의 지분이 높고 규모가 작은 비상장사일수록 내부거래 비중이 높아 일감 몰아주기의 개연성이 높다”며 “특히 SI, 광고, 도매 등 서비스업종 계열사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대기업은 STX로 전체 매출의 23.5%(4조3000억 원)가 내부거래였다. 이어 현대자동차가 21.1%(25조1000억 원), OCI가 20.94%(1조3300억 원)로 뒤를 이었다. 내부거래 금액은 삼성이 가장 많았다. 삼성 계열사들은 내부거래로만 35조3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 현대자동차가 25조1000억 원, SK그룹 17조4000억 원, LG 15조2000억 원, 포스코 10조5000억 원으로 5개 대기업의 내부거래 금액(103조5000억 원)이 43개 전체 대기업 내부거래액의 71.5%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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