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스케 출연자 옷 맘에 드네”… 리모컨 꾹 누르면 주문 OK

  • Array
  • 입력 2011년 9월 27일 03시 00분


코멘트

CJ오쇼핑 “세계 최초 신개념 ‘미디어커머스’ 시행”

케이블TV 엠넷(Mnet)의 인기 프로그램 ‘슈퍼스타K3’를 시청하던 A 씨. 출연자가 쓰고 나온 헤드폰에 시선이 쏠렸다. ‘곧바로 내 손에 넣고야 말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화면 오른쪽 상단부에 떠 있던 빨간 버튼과 ‘슈퍼스타K3 상품이 궁금하시면…’이라고 쓰인 쇼핑 안내 메시지가 눈에 들어왔다.

리모컨의 빨간색 버튼을 누르자 곧바로 ‘슈퍼스타K를 제대로 즐기는 당신을 위한 최강 아이템’이란 안내 멘트가 화면 한쪽에 크게 떴다. 안내에 따라 ‘확인’ 버튼을 차례로 누르자 현재 방송 중인 출연자들의 패션 아이템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시됐다.

A 씨는 눈여겨본 헤드폰을 리스트에서 발견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비츠 바이 닥터드레 솔로 HD 유광 블랙’이라고 제품의 브랜드와 간단한 상품 정보가 떴다. ‘상품 상세’ 코너에는 제품을 확대한 사진과 ‘판매가 35만9000원, 무이자 12개월, 쿠폰 10%, 사은품 케이스’ 등의 쇼핑 정보가 친절하게 안내됐다. 상품 옵션, 주문수량, 배송지 선택, 주문명세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쳐 결제 화면에 신용카드 번호를 쳐 넣자 하루 뒤 TV에서 봤던 바로 그 헤드폰이 A 씨의 안방에 도착했다.

○ ‘미래의 쇼핑’, 우리 안방에 들어온다

‘미래의 쇼핑’으로 알려진 미디어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하는 곳은 국내 홈쇼핑 업체인 CJ오쇼핑이다. 26일 CJ오쇼핑에 따르면 30일 방영되는 ‘슈퍼스타K3’를 통해 TV 프로그램을 생방송으로 보면서 출연자가 입고 나온 상품을 곧바로 주문할 수 있는 쇼핑 서비스가 처음 선보인다.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리모컨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결제하는 시스템은 국내 주요 홈쇼핑 업체들이 2005년 말부터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 쇼 프로그램이나 드라마에 이 같은 쇼핑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라고 CJ오쇼핑 측은 밝혔다.

당장은 대형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인 ‘CJ헬로비전’에 가입한 320만 가구에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앞으로 대상을 점차 확대할 예정이다. 또 해당 방송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으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를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다.

CJ오쇼핑은 8월 초까지 방영한 tvN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에 미디어커머스를 처음 적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지난주에야 관련 서비스에 대한 승인이 나는 바람에 ‘슈퍼스타K3’ 생방송이 처음 시작되는 ‘톱10’ 경연 시기에 맞춰 서비스를 시작하게 됐다.

신윤용 CJ오쇼핑 미디어커머스팀장은 “전례가 없어 승인에 시간이 걸렸던 것으로 안다”며 “현재 ‘엠넷’과 ‘스토리온’ 방송에 미디어커머스를 적용할 수 있도록 승인이 났고, 10월에 ‘XTM’과 ‘온스타일’에 대해서도 추가 승인이 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케이블 최대 방송프로그램공급사업자(PP)인 CJ E&M 계열의 전체 방송사에 미디어커머스가 차례로 도입되는 것이다.

○ CJ 계열사 간 협력으로 탄생

‘방송 중 쇼핑’이라는 신개념 사업모델에 대해선 지난 10년간 전 세계 유수 방송사 및 유통업체들이 관심을 가져왔다. CJ 측에 따르면 미국 CBS가 자사 드라마에 노출된 상품을 별도의 웹 사이트를 통해 판매하는 정도가 그나마 가장 유사한 형태다.

CJ오쇼핑의 미디어커머스팀이 만들어진 건 올해 4월이다. 불과 몇 개월 만에 미디어커머스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었던 데는 계열사 간 협력 구조가 큰 역할을 했다. 그룹 내 일반 방송 채널과 쇼핑 채널을 함께 갖고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기술(IT) 역량도 갖추고 있는 등 ‘3박자’가 맞았다는 것.

일반 방송 프로그램을 보면서 쇼핑하는 것은 얼핏 쉬워 보이지만 실제 서비스를 하기는 만만찮다. 유통업자와 방송사 간 이해관계가 워낙 첨예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방송에 내보낼 상품을 공급하는 유통업자와 방송사, 출연자가 이윤을 분배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방송사가 연예인과 TV 간접광고(PPL)에 대한 계약을 하고, 방송사와 유통업자가 판매금액을 일정한 비율로 나누는 계약을 따로 맺어야 한다. 국내 홈쇼핑 업계가 관련 기술은 갖고 있지만 지금까지 미디어커머스를 선보이지 못한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CJ오쇼핑 측은 미디어커머스가 연간 3000억 원으로 추정되는 PPL시장 규모를 뛰어넘어 조만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존의 PPL이 상품 협찬으로 브랜드 인지도를 올리는 데 초점을 둔 1세대적 비즈니스 모델이라면 미디어커머스는 직접 물건을 팔 수 있는 ‘차세대 쇼핑 채널’이기 때문이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 미디어커머스(Media-Commerce) ::


상품과 미디어 콘텐츠, IT 기반의 서비스를 접목한 신개념 쇼핑 서비스. TV 스마트폰 태블릿PC 등을 통해 콘텐츠를 즐기다가 자연스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게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