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아기가 10채 집주인? 이상한 한국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6일 09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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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2123가구 보유하기도

수도권 임대사업자가 전국의 매입 임대주택수의 절반 이상을 보유하는 등 매입 임대사업자와 그들이 보유한 주택의 수도권 편중 현상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1살짜리 아이가 10가구의 임대주택을 보유하는 등 임대주택 사업자 관리에도 허점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26일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안홍준(한나라당) 의원이 국토해양부 국정감사를 앞두고 제출받은 '매입임대사업자 현황 및 보유주택수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내 매입 임대사업자 수는 총 4만3133명으로 임대사업자 1인이 보유한 가구 수는 평균 5.4가구로 나타났다.

성별로는 남성이 45.3%인 1만9531명, 여성이 54.7%로 2만3602명이었으며 남성이 11만6305가구, 여성이 11만6945가구의 임대주택을 각각 보유했다.

임대주택을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은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47세의 남성으로 무려 2123가구를 보유하고 있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 남성에 대해 "시공사가 부도를 내고 경매나 공매 등에 나온 임대주택을 일괄 매입했거나 미분양 주택을 한꺼번에 싸게 사들여 임대사업자 등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경기도에 거주하는 53세 여성은 총 723가구를 보유해 여성 가운데 가장 많은 임대주택을 보유했다.

미성년자가 임대주택을 보유한 경우도 있었다. 경기도의 1살짜리 아기는 10가구의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었고, 서울 광진구에사는 1살짜리 아이도 5채의 임대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남의 10대 학생도 총 49가구의 주택을 보유한 임대사업자였다. 이처럼 개인이 2000가구가 넘는 임대주택을 보유하거나 미성년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되는 것은 현재 보유주택 가구수 제한이나 임대사업자의 나이 등 자격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매입 임대사업자의 거주지는 수도권이 많았다. 경기도가 1만5702명(36.4%), 서울이 1만835명(25.1%)로 경기도와 서울 거주자가 전국 임대사업자의 61.5%(2만6537명)를 차지했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임대주택수(경기 7만7228가구, 서울 4만5903가구)도 총 12만3131가구로 전체의 52.8%에 달했다.

강남, 서초, 송파구 등 강남 3구에 거주하는 임대사업자수는 4293명이며 이들이 보유한 임대주택 수는 총 1만6725가구로 서울 전체 임대사업자수의 39.7%, 서울전체 임대주택 수의 36.5%였다.

임대사업자가 수도권에 몰리다보니 세제혜택을 받은 사람도 수도권에 몰렸다. 조사 결과 지난해 매입 임대사업을 통해 세제혜택을 받은 수도권 임대사업자수는 총 3만4730명으로 전체 세제혜택 대상(4만9352명)의 70.4%를 차지했다.

안 의원은 또 국세청을 통해 '최근 3년간 면세 주택임대사업자 사업장 현황 및 수입금액 현황'을 제출받은 결과 주택 임대사업을 통한 면세혜택을 받은 사람이 2008년 4만6393명에서 2010년 4만9352명으로 6.4% 늘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이들이 임대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은 2008년 4913억원에서 2010년 6478억원으로 31.9%가 늘었다.

안홍준 의원은 "정부가 지난 8.18대책에서 매입 임대사업자 확대 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임대사업자를 늘리기 보다는 오히려 임대사업자의 세제혜택만 늘려줄 것으로 우려된다"며 "임대사업자 양성화를 위해서는 세제혜택 확대 보다는 미등록 임대사업자를 의무적으로 등록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또 "국토부와 국세청이 밝힌 임대사업자 숫자가 달라 혼란을 주는 등 임대사업자 관리도 허점투성이다. 기본적인 통계 관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개선을 촉구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사업자의 주택 수가 많은 것은 문제될 게 없지만 미성년자가 임대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 보인다"며 "미성년자나 금치산자, 한정치산자 등은 임대사업자의 자격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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