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7곳 영업정지]희비 갈린 정상영업 저축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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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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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의 멍에… 토마토2, 재무상태 괜찮은데도 불안한 고객 몰려 416억 빠져나가
‘솔로몬’의 안도… ‘혹시나 고객’ 대부분 설명듣고 안심, 솔로몬-현대스위스, 평소 다름없어

돈 빼려는 예금자들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에 충격을 받은 토마토2저축은행 고객들이 19일 예금을 찾기 위해 이 은행 5개 지점에 한꺼번에 몰렸다. 토마토2저축은행 서울 명동지점 고객들이 예금인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돈 빼려는 예금자들 토마토저축은행 영업정지 조치에 충격을 받은 토마토2저축은행 고객들이 19일 예금을 찾기 위해 이 은행 5개 지점에 한꺼번에 몰렸다. 토마토2저축은행 서울 명동지점 고객들이 예금인출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토마토2저축은행이 과거 예금을 받을 때는 토마토저축은행과 같은 회사라고 홍보하더니 이제 와서 다른 회사라고 하면 누가 믿겠나.”(토마토2저축은행 예금자)

“불안하지만 영업 정지된 곳과 달리 우량하다니 일단 두고 보겠다.”(일반 저축은행 예금자)

우려했던 것만큼의 대량 예금인출(뱅크런) 사태는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7개 부실 저축은행에 대해 6개월 영업정지 발표를 한 다음 날인 19일 저축은행 예금주들은 은행별로 다양한 대응 행태를 보였다. 영업이 정지된 토마토저축은행의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은 재무건전성이 양호한데도 모회사 부실의 여파를 우려한 고객들이 부산 본점과 전국 4개 지점에서 416억 원을 인출했다. 이는 총수신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로 평소 하루 인출액 20억∼30억 원보다 훨씬 많았다. 반면에 영업정지 대상에서 제외된 일반 저축은행들의 인출 규모는 평소보다 약간 많은 정도에 그쳐 안정적이었다.

○ 홍역 치른 토마토의 자회사

토마토저축은행 자회사인 토마토2저축은행의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본점에는 19일 예금을 찾으려는 고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문의 전화도 하루 종일 폭주했다. 이 은행 고객 200여 명이 예금인출 번호표를 받기 위해 영업 시작 전부터 몰려들어 줄을 섰다. 오후 4시 마감 때 본점에서 번호표를 받은 고객은 1800여 명으로 늘어났다. 저축은행 측이 “1일 최대 예금 처리능력이 300명 정도밖에 안 된다”고 밝히자 늦은 번호표를 받은 고객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이미 다음 주 월요일 예금인출 예약자까지 번호표 발급이 끝난 상태였다. 이날 하루 동안 부산 본점에서 인출된 예금만 50억 원을 넘었다. 김모 씨(55)는 “오전 9시에 왔는데 번호표가 500번을 넘었다”며 “내년 아들 등록금이 여기 다 들어있는데 찾을 수는 있겠느냐”면서 직원 손을 붙잡았다.

오전 8시 반경 서울 명동지점에도 이미 100여 명이 찾아와 장사진을 이뤘다. 1번 대기표를 받고 예금을 찾은 20대 여성은 “어제 오후 11시부터 어머니와 함께 지점 앞에서 밤을 새웠다”며 “만기된 돈을 혹시 못 찾을까 봐 출근도 미루고 지금까지 기다렸다”고 말했다. 명동지점에서는 하루 250장 한도의 대기표가 29일분까지 나갔고 30일자도 일부 나가 모두 2300장 가까이 발급됐다. 당장 예금을 찾을 수 없게 된 최모 씨(36)는 “영업정지된 것도 아닌데 왜 다음 주까지 기다려야 하느냐”며 불만을 터뜨렸다. 점심시간에는 인근 직장인들까지 몰려와 2층에 위치한 영업점은 물론이고 건물 1층까지 150명이 넘는 예금자로 가득 찼다. 대구 수성구 범어 사거리에 있는 대구지점에도 예금을 인출하려는 고객 수백 명이 한꺼번에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직원들은 ‘정상영업’ 중임을 강조하느라 진땀을 뺐다. 하지만 고객들은 “부산저축은행 때도 부산이 문 닫으니 부산2와 다른 계열사도 바로 닫지 않았느냐”며 떠나지 않았다. 영업점에 찾아온 예금자 중에는 토마토저축은행과 토마토2저축은행을 구분하지 못하는 고객도 많았다.

○ 대부분 저축은행은 비교적 차분

영업정지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다른 저축은행들은 당초 우려와 달리 예금 인출이 이어지지 않았다. 솔로몬, 현대스위스 등 다른 대형 저축은행 영업점은 오전 한때 예금자가 조금 늘었을 뿐 평소와 다름없는 분위기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지점을 찾은 김모 씨(58·여)는 “12월 만기가 되는 예금이 있어 괜찮은지 물어보러 왔다”며 “직원들도 괜찮다고 하는 데다 지금 찾으면 이자도 손해여서 그냥 찾기 않기로 했다”고 말하고 지점을 나섰다. 영업 정지된 저축은행의 돈을 다른 저축은행으로 옮기려는 고객도 있었다. 김모 씨(82)는 “제일과 제일2저축은행에 모두 3000만 원을 넣어뒀는데 나중에 돈을 돌려받으면 여기에 넣을까 싶어 알아보러 왔다”며 “시중은행은 이자율이 너무 낮아 이자로 생활하는 형편에서는 저축은행만 한 곳이 없다”고 말했다.

이 지점의 한 관계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영업점을 방문했다가 직원의 설명을 듣고 돌아가는 예금자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한 대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산저축은행 때는 고객도, 업계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었다”면서 “이번에는 예고된 발표인 데다 당국에서 옥석 가리기를 해준 만큼 다른 저축은행에는 영향이 작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고객들은 금융위의 영업정지 조치 이후 저축은행업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강남구 대치동 솔로몬저축은행 지점을 찾은 이모 씨(55·여)는 “분산 예치하라고 해서 대형 저축은행 10곳에 돈을 나눠 넣었는데 그중 세 곳이 문을 닫았다”며 “이제 저축은행을 믿을 수 없어 예금을 모두 찾아 제1금융권으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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