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가 회원 안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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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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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0.01% 겨냥 VVIP카드, 가입 자체가 특권… 300억 재산가도 거절당해

“BMW나 벤츠도 여러 차종이 있지만 사람들은 7시리즈나 S클래스를 원하고 기억하죠. 신용카드도 마찬가지입니다. VVIP 고객이 누구인지, 어떤 혜택을 받는지가 카드사의 이미지를 좌우합니다.”

상위 0.01%의 고객을 잡기 위한 카드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융당국의 마케팅 비용 규제로 카드사들이 일반 회원에 대한 혜택을 줄이고 있지만 VVIP 카드 고객 관리에는 사활을 걸고 있다. 수백만 원대의 상품권과 회원 대상 ‘럭셔리’ 모임은 물론이고 개인 비서까지 자청하고 나섰다.

VVIP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입 고객에 대한 심사다. 가입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최상위층’이라는 자부심을 주는 만큼 자칫 ‘물’ 흐리는 회원이 생기면 이미지에 큰 타격을 받기 때문. 국내 VVIP 카드 시장을 선도하는 현대카드 관계자는 “정태영 사장이 평소 가장 많이 받는 청탁이 블랙카드를 발급해 달라는 것”이라면서 “철저한 고객 관리를 위해 단 한 번도 승낙한 적이 없다”고 전했다.

VVIP 카드의 세부 심사 기준이나 특정 고객의 가입 사실은 카드사의 ‘일급비밀’이다. 카드사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행정직 2급 이상, 병상 300개 이상 병원장, 매출 1000억 원 이상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등의 기준을 적용한다. VVIP 회원 중 70∼80%는 경제계 인사이며 일부 스포츠 스타와 연예인 등도 포함돼 있다. 돈만 많다거나 직급이 높다고 해서 가입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지난달 한 카드사에 300억 원대 자산을 가진 부동산사업자가 찾아왔지만 사회적 명성이 없다는 이유로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가입 여부를 심사하기 가장 어려운 게 정치인과 연예인”이라며 “유명 CF스타라도 연기력을 인정받지 못하면 가입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배우 A 씨가 한 카드사의 VVIP 카드 가입을 알아보는 과정에서 ‘수상 경력이 없다’며 거절당한 사실을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다.

VVIP 카드 연회비는 100만∼200만 원에 이른다. 하지만 회원들에게 제공되는 혜택은 연회비의 몇 배에 달한다. 호텔이나 명품 매장에서 이용할 수 있는 수백만 원대의 상품권은 기본이고 국내외에서 개인 전용기 또는 요트를 대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한다.

회원들 간 사교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한 마케팅 요소다. 하나SK카드는 4월 VVIP 카드인 클럽원 고객을 대상으로 한 행사를 열었다. 이 행사에 참석한 사회 저명인사들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보석으로 알려진 핑크 다이아몬드를 감상하고 다이아몬드 감별법 등을 배우며 친분을 쌓았다.

최근에는 고객의 불편이나 요구사항을 해결해 주는 ‘컨시어지 서비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현대카드는 VVIP 고객을 전담하는 10명의 컨시어지팀을 꾸려 한 달에 300∼400건의 요청을 처리하고 있다. 삼성카드와 롯데카드 등 다른 카드사도 최근 컨시어지 서비스를 강화했다. 고객의 요구사항은 다양하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주인공이 입고 나온 옷을 구해 달라는 요구를 하는가 하면 자녀가 TV에 출연할 수 있도록 알아봐 달라는 고객도 있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VVIP 고객이 ‘영국의 한 백화점에서 사온 옷이 사이즈가 맞지 않으니 바꿔 달라’고 요청한 적도 있다”며 “해당 백화점의 국내 판매라인이 없어 결국 우리 직원이 직접 영국에 다녀왔다”고 설명했다.

카드사들은 VVIP 고객이 결제하는 금액으로 인한 경제적 이익보다 간접적인 마케팅 효과가 크다고 설명한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사회에서 영향력이 큰 고객들이라 그들 말 한마디가 회사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누구나 선망하는 카드인 만큼 회원들에게 그에 맞는 서비스를 해 주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 카드사별 VVIP카드 혜택 ::

―롯데카드는 인피니티 회원들을 위해 개인 전용기 또는 요트 렌털 대행 서비스를 해준다. 또한 명품브랜드 듀퐁 상품권(50만 원)도 제공한다.
―삼성 라움카드 고객에게는 명품 매장이나 호텔에서 사용할 수 있는 500만 원 상당의 상품권을 준다.
―신한카드는 프리미어 고객에게 국내 특급호텔의 스위트룸을 무료로 쓸 수 있게 해준다. 해외여행을 갈 경우 최대 5억 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여행자보험도 무료로 가입해 준다.
―하나SK 클럽원 카드를 발급받으면 최신 스마트폰을 준다.
―현대카드는 ‘Time for Black’ 행사를 열어 VVIP고객들을 초청해 사교의 장을 만든다.
―KB국민 테제 카드 고객에게는 간호사가 직접 찾아가는 고급 건강 검진권을 제공하며 국민은행 PB를 통한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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