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연일 요동치는 가운데 주식형 펀드에 밀려 찬밥 신세이던 채권형 펀드의 선전이 투자자들의 이목을 붙잡고 있다. 최근까지 주식형 펀드 일색이던 펀드 시장에서 개인투자자가 채권형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드물었다. 하지만 이번 폭락장으로 국내형, 해외형 할 것 없이 주식형 펀드가 줄줄이 마이너스 수익률로 바닥을 치는 동안, 채권형 펀드는 ‘나홀로 선전’을 지속 중이다. 채권형 펀드를 보는 투자자들의 시선 역시 달라지고 있다. ○채권형 펀드의 재발견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인한 글로벌 폭락장에서 국내외 채권형 펀드가 유독 강세를 보이고 있다. 주식형 펀드에 밀려 소외돼 왔던 채권형 펀드가 안전자산 선호현상 강화와 함께 존재감을 드러낸 것. 국내외 채권형 펀드는 주식형 펀드 수익률을 압도하고 있다. 19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채권형 펀드의 연초 후 평균 수익률은 2.95%를 기록 중이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이 ―8.86%인 점을 감안하면 우수한 성과다. 해외 채권형 펀드의 연초후 수익률은 3.30%. 같은 기간 동안 해외 주식형 펀드는 ―12.44%로 추락했다.
펀드별로 국내 채권형 펀드에서는 ‘PCA물가따라잡기증권자투자신탁’이 올 들어 4.36%의 수익률을 나타내 성과가 가장 좋았다. ‘삼성ABF Korea인덱스증권투자신탁’은 4.18%, ‘미래에셋엄브렐러증권전환형투자신탁(채권)’은 4.14%의 성과를 냈다. 해외 채권형 펀드에서는 ‘산은삼바브라질증권자투자신탁’이 10.51%로 가장 우수한 성과를 올렸다.
채권형 펀드의 선전과 함께 자금 유입세도 꾸준하다. 국내 채권형 중 ‘교보악사Tomorrow장기우량증권투자신탁’으로 연초 후 912억 원가량이 유입됐고 ‘PCA물가따라잡기증권자투자신탁’ ‘미래에셋솔로몬중장기증권투자신탁 ’으로 각각 596억원과 226억 원가량이 새로 들어왔다. 해외 채권형에서는 ‘미래에셋글로벌다이나믹증권자투자신탁’으로 연초 후 6778억 원이 유입된 것을 비롯해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으로 2964억 원이 들어왔다.
○안전자산 선호 강화와 실버 투자자들의 힘
주식형 펀드 강세에 가려 눈에 띄지 않던 채권형 펀드가 최근 들어 새롭게 주목 받게 된 것은 무엇보다 글로벌 경기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 현상 때문이다.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세계 금융시장에서 국채금리 하락세(국채가격 상승세)가 계속되면서 채권형 펀드 역시 덩달아 좋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것이다.
인구 고령화로 인해 실버 투자자의 숫자가 급격히 증가한 것도 채권형 펀드에 대한 관심을 높인 요인이다. 지난해 60세 이상의 주식투자 인구는 78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17만7000명 증가했다. 안정적인 금융상품을 선호하는 이들의 특성에 힘입어 채권형 펀드로는 지난해 약 2조6000억 원에 이어 올들어 60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국내 및 해외 주식형펀드가 펀드런에 시달리고 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데다 은퇴를 앞둔 투자자들이 위험자산에 넣어두었던 자금을 채권형펀드 같은 중위험 자산으로 옮기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조완제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팀장은 “고령화가 빠른 선진국에서는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채권 투자 역시 그런 현상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글로벌 분산투자로 안정성 높여야
그렇다면 채권형 펀드 중에서 어떤 상품을 고르는 것이 좋을까. 최근 폭락장에서 국내 채권형 펀드는 금리 하락으로 인해 양호한 수익률을 냈다. 국내 채권형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0.66%이었다. 반면 해외 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0.69%로 둔화됐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이머징마켓과 하이일드(고수익)채권 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수익률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국내 채권형 펀드보다 해외 채권형 펀드가 좀더 유망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채권형은 증시 상황과 관련 없이 안정적이고 위기에 강하지만 금리상승 부담이 크다고 보기 때문이다. 특히 해외 채권형 펀드의 경우 유럽 재정 위기에 대한 우려 탓에 수익률이 둔화됐으나 손실이 장기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임세찬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국내 채권형 펀드는 추가적인 금리 하락 여지가 적고 이자율이 낮다”며 “해외 채권형의 경우 선진국보다는 이머징 중심으로 투자하거나 글로벌 분산투자가 안정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정은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나 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이 상대적으로 금리가 높고 통화가치 상승으로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유망하다”면서 “다만 투자국의 환율이나 시장상황의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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