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내 책임” 인식 퍼져 통곡 사라져… 하락때 수익내는 인버스펀드 거래 최고… 저평가됐던 내수주들 사상최고치 경신
“순식간에 주가가 빠지면서 고객 손실은 말도 못하게 컸습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객장에 나와서 울거나 난동을 부리는 고객은 없었습니다. 이익이든 손실이든 투자자 자신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많이 퍼져서 그런 것 같아요.”
이주석 한국투자증권 신촌지점장은 이번 증시 폭락기의 고객 반응은 과거와 달랐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만의 상황이 아니었다. 박미경 한화증권 PB본부장은 “상담을 해달라는 전화는 있었지만 항의전화는 거의 없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8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2일 시작된 증시 폭락기에 투자자들은 과거 어떤 위기 때와도 다른 성숙한 자세를 보였다. 길게는 1998년 외환위기부터 카드사태,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투자자들의 의식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폭락기에는 증권사 객장이 소란스럽기 마련이다. 증권사 영업맨들은 고객에게 멱살을 잡힌 채 욕설을 듣거나 심지어 폭행을 당하기도 한다. 강창희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장은 2000년 현대투신운용 사장으로 근무할 때 “‘바이코리아 펀드’ 열풍이 꺼지면서 ‘평생 가사도우미 일을 하며 모은 돈으로 장애가 있는 아이와 함께 살 돈을 모두 날렸다’며 주부가 사장실로 직접 전화하고 객장에 찾아와 울기도 했다”고 전했다.
투자자 반응이 달라진 이유로 ‘경험에서 배웠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융위기 이후 900 선까지 떨어졌던 코스피가 2,000 선을 회복하는 것을 지켜본 투자자들이 시간을 갖고 기다리면 주가는 오른다는 점과 투자손실은 자신의 책임이라는 점을 학습했다는 것이다.
주가 하락기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이 달아올랐던 점도 달랐다. 주가가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나 상승할 때 상승분의 2배 수익률을 얻을 수 있는 레버리지 ETF는 이번 하락기에 사상 최고의 거래량과 거래대금 기록을 냈다. 코덱스레버리지 ETF는 9일 하루 거래량이 8322만6878주로 폭락장 이전의 10배가 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거래대금도 9085억9400만 원으로 사상 최고치였다. 전체 ETF 거래량의 28.2%인 코덱스인버스도 11일 거래량과 거래대금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증시는 폭락했지만 내수주는 올랐다는 점도 달랐다. 투자자들이 가치 대비 주가가 낮았던 종목을 적극적으로 사들인 결과였다. 송성엽 KB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2008년에는 조선, 중공업 등 주도주가 폭락할 때 전 업종이 따라 내렸지만 이번에 내수주는 올랐다”고 말했다. 실제로 CJ제일제당과 LG패션, 에스엠은 종가 기준으로 18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동원F&B는 최근 장중 52주 신고가를 수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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