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가야 멀리 간다/대기업-中企 동반성장]‘甲乙 관계’는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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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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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中企중앙회 공동기획… 대기업-中企동반성장의 길을 찾아서

4.5점.

동아일보 특별취재팀이 대기업과 거래를 하는 하도급 관련 중소기업중앙회 협동조합 36곳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들이 ‘현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과 대기업의 협력업체 거래실태’에 매긴 점수다. 10점 만점에 4.5점이니 낙제 수준이다.

주물조합, 단조조합, 레미콘연합, 금속조합 등 36개 협동조합의 조합장 및 간부들은 “정부는 노력을 하는데 대기업은 아직도 마지못해 눈치만 보며 끌려다니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중소기업의 갈등과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국내 기업 생태계는 ‘이대로는 더는 안 된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하다.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압축적 고도성장을 했다. 초고속 성장을 위해 정부 지원 속에 대기업이 협력업체를 발판 삼아 이윤을 극대화하는 경제성장 모델이 구축됐다. 이 모델은 한국이 빠른 시간 안에 세계 경제의 주류로 편입할 수 있는 길을 터줬지만 폐해도 만들어냈다. ‘갑을(甲乙) 관계’로 표현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적인 관계가 대표적이다. 이런 수직적인 관계는 성과의 대부분을 대기업이 가져가는 구조로 만들었다.

대기업들은 경기가 나빠지거나 손해가 나면 납품단가를 내려 협력업체에 손해를 전가하면 그만이었다. 이에 대항하는 중소기업은 공장 문을 닫아야 했다. 공장 문을 닫는 것보다는 어떻게 해서든 생존하는 게 급했다. 그러다가 두 번의 경제위기(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양극화가 시작됐다. 견고하게 굳어져 버린 이런 기업 생태계 구조로는 더는 상생을 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과 교수는 “동반성장은 단순한 기업들 간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생태계의 문제”라며 “동반성장 없이는 선진 경제 진입은 요원하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는 바람직한 한국형 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는 ‘같이 가야 멀리 간다’ 10회 시리즈를 공동으로 기획했다. 이를 위해 이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전문가 6명으로 구성된 ‘대-중소기업 상생위원회’를 구성했다. 앞으로 상생위원회와 함께 동반성장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적되는 △기술 탈취 △납품단가 후려치기 △유통 채널의 폭리 △인력 빼가기 △원가와는 상관없는 단가 △1차-2, 3차 협력업체 관계의 문제 △어음 등 결제방식의 구태 △대기업의 중소기업 영역 침범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대안을 제시하기로 했다.

고착화된 수직적 관계의 관행을 깨기 어려워 머뭇거리던 대기업 쪽에서도 변화의 움직임이 일고 있다. 동아일보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굴한 우수사례(best practice)를 취재한 결과 △공동기술 개발 △해외 동반 진출 △신뢰관계 구축 △미래지향적 관계가 한국형 동반성장의 키워드로 떠올랐다. ‘같이 가야 멀리 간다’ 시리즈에서는 모범 사례를 토대로 대-중소기업 관계의 발전 방안을 제시한다. 아프리카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같이 가라’는 속담이 있다. 우리나라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 특별취재팀 ::

▽팀장
김상수 차장 ssoo@donga.com  

▽팀원
김선우 정효진 유덕영 김상훈
김현수 김상운 한상준 장선희 기자

:: 독자의견-제보 기다립니다 ::

동아일보의 대기업-중소기업 동반성장 시리즈와 관련해 독자의견을 기다립니다. 기사와 관련한 의견이나 동반성장 사례는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 제보는 독자서비스팀 svc@donga.com으로 보내주시면 지면에 반영하겠습니다.

:: 설문참여 中企조합 36곳 ::

주물조합, 아스콘연합, 금속탱크조합, 단조조합, 전기조합, 승강기조합, PVC조합, 조리기계조합, 금속울타리조합, 기계연합, 레미콘연합, 알루미늄연합, 프라스틱연합, 금속조합, 보일러조합, 자동차조합, 전자조합, 정보통신조합, 조선조합, 감시기기조합, 계측시스템조합, 공구조합, 철강구조물조합, 금형조합, 다이캐스트조합, 전등기구조합, 점토벽돌조합, 합성수지가공기계조합, 콘트리트연합, 금속가구공업조합, LED조명조합, 인쇄정보산업연합, 골판지포장조합, 가구산업연합, 직물공업조합, 제관공업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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