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명품소비자 급증… 업계 “회원 자격은 엄격히, 매장 크기는 넉넉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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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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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VVIP 가입 문턱 높이고…

최근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프랑스 명품 에르메스의 버킨백을 구입한 A 씨(34·여)는 우연히 영수증을 보다 백화점 마일리지가 절반밖에 적립되지 않은 것을 보고 ‘전산 오류 아니냐’며 백화점에 항의했다. 하지만 백화점 측은 ‘올해부터 명품을 구매할 때 쌓아주던 백화점 마일리지를 1%에서 0.5%로 낮춘다’고 답했다. 백화점들은 의류나 화장품, 신발 등은 구매금액의 1%를 마일리지로 적립해 주지만 식품이나 가전제품 등은 구매금액의 0.5%만 쌓아준다. A 씨는 “수백만 원짜리 가방을 사도 식품매장을 찾는 소비자와 똑같은 대접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루가 다르게 치솟는 물가에 아랑곳하지 않고 백화점에서 명품을 연간 수천만 원씩 구입하는 이른바 VVIP(Very Very Important Person·초우량고객)는 오히려 늘고 있다. 백화점들은 적립 마일리지를 줄이거나 입회 기준을 올리며 진입 문턱을 높이고 있다.

현대백화점 VVIP 클럽인 ‘자스민’ 회원은 2007년 8000여 명에서 지난해 말 1만여 명으로 25% 이상 급증했다. 국내 명품 소비의 ‘바로미터’인 현대백화점 압구정 본점에서 자스민 회원이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0%가 넘는다. VVIP가 계속 늘어나자 이 백화점은 결국 2009년 입회 기준을 전년 구매금액 3000만 원에서 3500만 원으로 올렸다. VVIP가 하도 늘어서 발레 파킹 서비스도 해주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이 백화점은 올 초부터 에르메스, 샤넬, 루이뷔통 등 명품 브랜드를 구입할 때 적립해주던 마일리지를 식품이나 가전처럼 구매금액의 0.5%로 낮췄다. 명품 소비자가 넘쳐 백화점 인심도 박해진 것. 신세계도 명품에 한해서는 자사 VIP 입회 기준인 S-클래스 마일리지를 절반만 인정해 준다.

백화점 VVIP는 국내 소득 상위 1% 수준이다. 하지만 이들 가운데에도 진짜 프리미엄 고객이 따로 있다. ‘블랙 라벨’로 불리는 고객들이다. 롯데백화점은 명품만 2500만 원 이상 사는 VVIP 고객을 ‘에비뉴엘 VIP’로 묶어 따로 관리한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그 자리에서 수천만 원어치씩 살 정도로 ‘통 큰 소비’를 하기 때문에 일반 고객과 구분해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비뉴엘 VIP는 쇼핑을 원할 때 백화점에서 보낸 리무진 차량을 타고 백화점을 찾을 수 있다. 이 백화점은 최근 늘어나는 VVIP 수요에 맞춰 리무진 차량을 한 대 더 도입했다. 현대백화점 ‘블랙 자스민’은 연 1억 원 이상 소비해야 가입할 수 있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명품 소비가 계속 늘면서 VVIP 회원도 점점 늘고 있다”며 “경제 상황과 관계없이 ‘명품은 실패하지 않는다’는 업계의 속설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 루이뷔통-구치 단독매장 늘리고 ▼


해외 명품 브랜드의 ‘대표’ 격인 ‘루이뷔통’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플래그십스토어(단독매장)를 확대하면서 매장 대형화에 나서고 있다. 백화점에 입점한 20개 매장 중 일부에 대해서도 순차적으로 매장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어서 명품업계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보인다.

2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루이뷔통은 지하 1층과 지상 1층은 매장으로, 지상 2∼4층은 사무실로 쓰고 있는 현 건물 전체를 매장으로 확대 활용하는 리노베이션 안을 확정하고 국내외 유명 건축가들과 접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뷔통은 서점과 갤러리 등을 갖춘 초대형 매장을 ‘메종(maison)’으로 부르는데 청담동 매장 역시 ‘메종’으로 조성하는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담동 일대에서는 현재 명품 브랜드들의 단독매장 공사가 속속 진행되고 있다. ‘구치’가 내년 초 완공 예정으로 리노베이션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재오픈 이후에는 이 매장에서만 판매하는 ‘리미티드 에디션’ 제품을 도입할 예정이다. ‘디오르’ 역시 2013년경 청담동에 국내 첫 단독매장을 연다.

다음 달 초 청담동에 문을 여는 ‘도나카란 컬렉션’ 매장에는 이 브랜드 역사상 최초로 매장의 1, 2층 창문 전체에 대형 발광다이오드(LED) 패널이 장착된다. 이에 따라 매장 밖에서도 패션 컬렉션과 예술 작품 동영상 등을 감상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랜드들이 단독매장 건립 또는 확대에 나선 이유는 국내 명품시장이 곧 성숙기를 맞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한 명품업체 관계자는 “대형 단독매장은 충성 고객들의 ‘성지(聖地)’로 불릴 정도로 강력한 홍보 수단”이라며 “백화점에 익숙한 국내 소비자들의 발길을 돌릴 수 있을 정도로 브랜드별 고객층이 두꺼워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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