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Economy]부도냐 안도냐… 운명의 일주일

  • 동아일보

21일 EU ‘그리스 지원’ 정상회의… 22일 美 여야 부채협상 시한

1980년대의 남미와 1997년 아시아를 휩쓸었던 국가 부도의 망령이 유럽을 덮치고 있다. 그리스로부터 시작된 재정위기가 아일랜드 포르투갈 스페인에 이어 이탈리아로까지 번지고 있는 가운데 그리스 2차 지원방안을 협의하기 위한 특별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21일 열기로 우여곡절 끝에 합의했다.

8월 2일까지 국가 채무한도를 높이지 않으면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를 맞게 되는 미국도 부채협상 합의 후 상하원의 승인까지 거치려면 늦어도 이달 22일까지는 최종안을 마련해야 할 긴박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국가부도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기 위해 대서양 양단에서 벌어지는 협상의 결과에 글로벌 금융시장과 주요 기업 및 금융회사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미국의 협상결과에 숨죽인 지구촌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17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 디폴트에 빠지면 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는 극심한 공포를 몰고 올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를 찍어내는 미국이 국가채무를 갚지 못해 벌어질 초유의 상황을 미리 가늠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각국 정부 및 경제전문가의 공통된 시각이다. 미국 연방정부가 질 수 있는 국가부채는 의회가 법으로 정해놓고 있는데 이미 법정 부채한도인 14조2940억 달러는 거의 소진되었다. 하지만 국가채무 한도를 높이는 조건으로 미국 연방정부가 취해야 할 재정적자 감축방안을 놓고 민주당과 공화당이 팽팽한 대립을 보여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민주당은 세금 인상을 통해 정부 수입을 늘리자는 주장을 펴는 반면 공화당은 과감한 재정지출 삭감으로 재정적자를 해소하자는 상반된 해결방안을 내놓고 있다. 미국 언론과 경제전문가들은 상하원 승인 등의 절차를 감안하면 22일까지 협상 최종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의회도 국제신용평가회사의 미국 국가등급 강등 경고와 월가를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의 압박에 타협안을 마련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의회 3분의 2가 동의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채무한도를 3번에 걸쳐 단계적으로 높일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안에 양당이 한 발씩 양보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이번 주에 애플 IBM 제너럴일렉트릭(GE)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S&P500 기업의 20% 이상이 실적을 발표하는 월가는 미국 국가채무 협상의 결과가 미국 증시뿐 아니라 세계 증시에 미칠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적의 호전세가 이어져 랠리를 기대해온 월가이지만 국가채무 협상 난항이라는 거대한 걸림돌이 이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 EU, 그리스 지원 방안에 합의할까

EU가 그리스 채무위기 해결을 위해 우여곡절 끝에 21일 특별 회동키로 했다. 하지만 선결 조건인 민간 채권단의 ‘자발적 동참’을 이끌어내기 위한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여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그리스가 보유한 기존 채권의 만기가 돌아오면 이를 장기채권으로 바꿔주는 데 필요한 보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유럽중앙은행은 새 EU채권을 발행할 것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디폴트된 채권은 담보로 받을 수 없다”며 EU채권을 발행해 담보로 맡길 것을 독촉하고 있지만 이는 재정 부담을 EU 전 회원국이 지는 것이라며 회원국들이 반발하고 있다.

특히 독일은 민간 금융회사들이 그리스 지원 부담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것이 해결되지 않으면 그리스 2차 지원은 어렵다는 강경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세계 최대 채권펀드인 핌코의 무함마드 엘에리안 최고경영자는 “설사 일시적이더라도 그리스를 유로권에서 퇴출시키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밝혀 이번 주가 유로권에 운명의 한 주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그리스 2차 지원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유로화의 위기는 물론이고 EU의 존속 가능성에까지 의문을 던지면서 글로벌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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