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해외조직도 완제품-부품사업 분리

  • 동아일보

작년말 부품관리 지역총괄 신설… ‘적이자 고객’ 애플에 효과적 대응

삼성전자가 작년말 해외에서 부품사업 조직을 재정비해 완제품 사업과의 장벽을 높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 조직개편을 통해 각 지역법인 체제이던 반도체 해외법인을 모아 총괄하는 ‘지역총괄’을 신설했다. 미주와 유럽, 중국, 동남아 등 네 곳에 부품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지역총괄이 생겼다.

과거 삼성의 반도체 해외법인 등은 본사 사업부 소속으로 관리돼 왔지만 앞으로는 DS 지역총괄이 영업과 판매실적 등을 챙기게 된다. 세계 10여 개 거점지역에 있는 삼성전자의 기존 지역총괄은 완제품만 관리해왔다. 삼성전자는 해외 DS 지역총괄을 신설한 이유에 대해 “해외 고객들의 요구에 맞춘 부품을 제공하고,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부품사업을 챙기기 위해 기존 지역총괄 조직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 따로 조직을 만들었다는 얘기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국내외 조직을 부품과 완제품으로 분리하는 방향으로 개편하는 것은 삼성 최고위층의 구상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품과 완제품 모두 끌고 가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별도의 회사로 만들어 분리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제품과 부품사업이 한 회사에 있는 삼성전자의 딜레마는 애플과의 관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전 세계에서 반도체를 가장 많이 사들이는 ‘큰손’으로 떠오른 애플은 삼성전자의 부품사업부에는 중요한 고객이지만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완제품을 놓고 경쟁하는 무선사업부에는 ‘적’이다. 삼성은 최근 애플과 특허침해 소송을 벌이면서 어색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처럼 완제품과 부품사업을 분리하면 훨씬 명확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13일 경기 용인시 기흥에서 열린 부품 부문 글로벌 전략회의에서도 이 같은 해외 고객사의 관계 문제가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과 대만, 중국 업체들이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쥔 반도체와 LCD 분야에 거세게 도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애플 같은 주요 고객사와의 관계가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