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 유럽 소비자 지갑 꽁꽁… 전자업계 “3분기도 죽쑤나”

  • 동아일보

유럽과 미국에서 속속 날아드는 불안한 경제 뉴스에 전자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선진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게 될 날만 기다렸던 전자업계의 기대에 찬물을 끼얹는 소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발 재정위기가 그리스 이탈리아에 이어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고 있는 데다 무디스가 채무불이행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을 경고하는 등 악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원-달러 환율마저 하락하고 있어 국내 제품이 해외에서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리게 생겼다. 13일(현지 시간) 밴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하는 등 추가적인 환율 하락 리스크도 하반기 실적 전망에 넣어야 하는 상황이다. 하반기는 전통적으로 전자제품이 잘 팔리는 성수기라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했던 전자업계는 해외에서 날아든 악재에 울상을 짓고 있다. 미주와 유럽 시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만큼 왕성한 시장이다.

이 같은 글로벌 경제 불안 요소는 특히 TV와 PC, 그리고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부품 사업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TV를 사려는 사람은 적은데, TV에 들어가는 액정표시장치(LCD)를 만들고 팔려는 기업은 많아져 LCD 값은 바닥권에 머물렀다. 이 점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실적 악화를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이 예상외로 잘 팔렸지만 1, 2분기 연속 영업이익 4조 원의 벽을 넘지 못했다. 급기야 7월 초 장원기 LCD 사업부 사장은 실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

삼성과 LG는 부진한 실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3차원(3D)TV나 스마트TV 같은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비싼 TV를 살 수 있는 선진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하반기에도 TV 수요가 지지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PC에 들어가는 D램 가격 역시 전자업계와 증권계 모두의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을 정도로 가격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D램 제품인 ‘DDR3 1Gb 128M×8 1066MHz’의 7월 전반기 고정거래가격은 지난달 말보다 9.09% 폭락한 0.8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이 제품이 나온 2009년 이래 가장 싼값이다. 여기에 믿었던 모바일 D램 값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반도체 실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TV와 PC 수요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사실 전자업계의 구조적인 변화 탓이 크다. 사람들이 한정된 돈으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같은 새로운 스마트 기기에 투자한다는 얘기다. 문제는 여기에 선진국의 불안한 경제 상황까지 더해져 힘겹게 시장 변화에 적응하려는 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벌써부터 3분기(7∼9월)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다. 이승우 신영증권 애널리스트는 “선진국 경기가 좋지 못한 데다 특허 전쟁, 해외 IT 기업의 도전 등 좋지 못한 외부 변수가 많다”며 “3분기에도 기대치를 조금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현수 기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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