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G통신망 첫 송출…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포부

  • Array
  • 입력 2011년 7월 2일 03시 00분


코멘트

“LTE 꽃 한송이 피면 LG유플러스의 봄 온다”

1일 0시부터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유플러스 네트워크센터 종합관제실에서 첫 전파를 송출한 뒤 자축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1일 0시부터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서비스가 시작됐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유플러스 네트워크센터 종합관제실에서 첫 전파를 송출한 뒤 자축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제공
《 “김 기자. 봄이 언제 오는지 알아요?”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물었다. 고개를 갸웃거렸더니 이 부회장이 말했다. “봄은 꽃 한 송이를 따라 옵니다. 겨우 한 송이. 하지만 화발천산공득춘(花發千山共得春)이라 했어요. 꽃이 한 송이 피면 천 개의 산이 함께 봄을 얻는다는 거죠.”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시였다. 6월 30일에서 7월 1일로 날이 바뀌던 순간의 마지막 5초. 이 부회장과 LG유플러스 임직원 50여 명이 서울 마포구 상암동 LG유플러스 네트워크센터 종합관제실에 모여 카운트다운을 시작했다. 》
“56, 57, 58, 59, 영!” 관제실 대형스크린의 서울지도 위로 보라색 물결이 번져나갔다. 보라색은 이 회사의 상징색이다. 서울을 덮은 물결은 광주와 부산으로 번졌다. 4세대(4G) 롱텀에볼루션(LTE) 통신망의 첫 전파를 송출하는 순간이었다. 이 전파가 ‘한 송이 꽃’이었다.

○ 꼴찌에서 1등으로

LG유플러스 직원들은 회사를 설명할 때 늘 ‘3등’이라고 표현한다. ‘꼴찌’라는 말은 금기다. 경쟁사가 SK텔레콤과 KT밖에 없으니 ‘눈 가리고 아웅’이다. 하지만 이날은 3등도, 꼴찌도 들리지 않았다. 계속 ‘1등’만 반복됐다. 이 부회장은 카운트다운을 마치고 직원들에게 막걸리를 일일이 따라주며 “이제 10년 넘게 흘린 눈물을 다 닦자”고 격려했다.

최근 이 회사엔 좋은 일도 겹쳤다. 상암동 사옥에 도착하기 직전 이 부회장은 차 안에서 2분기(4∼6월) 결산보고를 받았다. 그는 “이번 분기 우리 회사 스마트폰 가입자가 100만 명이란 보고였다”며 “지금까지 누적 스마트폰 가입자가 210만 명인데 그중 절반 가까이가 최근에 생긴 것”이라고 했다. 황금 대역으로 불리는 2.1GHz(기가헤르츠) 주파수도 사실상 LG유플러스가 가져가게 됐다.

좋은 일이 겹치자 경영도 공격적으로 바뀌었다. LG유플러스는 내년 6월 말까지 전국에 LTE 통신망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말까지로 6개월을 당겼다. 1일 0시 행사에서는 더 공격적인 내부 목표를 공개했다. 내년 4월 1일 LTE 전국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것이다. SK텔레콤보다 1년 이상 앞선 계획이다. 스피드가 놀랍다고 하자 이 부회장은 “과거의 약점을 압도적인 스피드로 메워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LTE 전국서비스가 이뤄지면 모든 음성통화도 LTE 통신망을 통해 이뤄진다. 그때까지는 음성통화는 기존 3세대(3G) 통신망을 이용한다. 따라서 LTE 전국 서비스가 이뤄지면 음성통화료도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집전화는 비싸도 인터넷전화는 싼 것과 같은 원리다. 그래서 통신업계에서는 “LG유플러스가 음성통화료를 현재의 초당 1.8원이 아닌 통화연결음(월 1000원 수준)처럼 값싼 부가서비스 수준으로 낮출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 도전과 화합

같은 시각 서울 성동구 성수동 SK텔레콤 사옥에서도 LTE 전파의 첫 송출을 기념하는 행사가 열렸다. 서진우 SK텔레콤 대표이사 사장 등 주요 임직원 90여 명이 모인 자리였다. LG유플러스에 새 전파 발송이 ‘10년 묵은 한’을 달래는 순간이었다면 SK텔레콤에 이 행사는 조각조각 찢어진 구성원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자리였다.

SK텔레콤은 올해 10월 서 사장이 맡고 있는 플랫폼 부문을 떼어내 별도의 자회사로 만들 계획이다. 실시간 길 안내 서비스인 ‘티맵(T-map)’과 스마트폰 앱스토어인 ‘티스토어’ 등의 서비스를 벤처기업처럼 창의적이고 의사결정 속도가 빠른 자회사로 분사시킨다는 것이다. 그러자 안정적이던 1등 통신사에서 이직하게 된 직원들이 반발했다.

그래서 서 사장은 이날 0시 행사에서 “분사로 내부 홍역을 치르는 와중에도 네트워크 직원들이 너무 고생했다”는 얘기부터 꺼냈다. 행사가 끝난 뒤에도 그는 기자와 따로 만나 “LTE 시대에는 플랫폼 부문이 할 일이 더 많아졌다”고 강조했다. LTE는 뻥 뚫린 넓은 도로라서 그 위로 어떤 차가 다닐지가 더 중요하다는 얘기였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인광 기자 ligh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