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2일 OFF 시대… ‘위크엔드 하우스’ 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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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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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都3農’ 도시 중산층 문의 크게 늘어… 건설사, 주말주택-레저시설 투자 확대

태영이 최근 경북 경주시 ‘블루원리조트’ 내에 조성한 워터파크.
태영이 최근 경북 경주시 ‘블루원리조트’ 내에 조성한 워터파크.
서울 양천구 목동에 사는 강주환 씨(39)는 최근 경기 양평군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짓기로 하고 시공업체를 알아보고 있다. 초등학생인 두 딸을 둔 강 씨는 “주중에는 도심에서 생활하고 주말에만 찾는 ‘위크엔드 하우스’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단독주택 시공업체인 ‘SK D&D’ 전광현 본부장은 “주말주택 수요가 늘면서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최근 30, 40대 고객의 문의가 15%가량 늘었다”고 말했다. 은퇴 연령대뿐만 아니라 젊은층으로까지 수요가 확산됐다는 것. SK D&D 측은 주5일 수업 도입으로 도심 외곽의 단독주택 수요가 현재보다 10%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주5일 수업이 전면 실시되면 온 가족이 일주일에 2일을 완전히 쉬는 ‘주2일 오프(OFF)’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관련 업계는 주5일 근무제 도입 때보다 더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잰걸음을 시작했다.

○ ‘투자’보다 ‘삶의 질’ 선택

경기 화성시 활초동에서 복층형 단독주택과 듀플렉스(합벽주택)를 분양하는 ‘데니스힐’에도 최근 부쩍 문의 전화가 늘었다. 이상욱 부사장은 “‘4도(都) 3농(農)’을 목표로 월∼목요일은 도시에서, 금요일 오후∼일요일은 농촌에서 생활하려는 도시 거주 중산층의 관심이 높다”며 “이들은 특히 한 필지에 집 2채를 지을 수 있어 일반 단독주택을 짓는 것보다 비용이 절반가량 들어가는 ‘합벽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SK D&D의 단독주택 브랜드 ‘스카이홈’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 마련된 야외 테라스.
SK D&D의 단독주택 브랜드 ‘스카이홈’ 본보기집(모델하우스)에 마련된 야외 테라스.
전원주택이나 펜션은 이미 국내에도 널리 확산돼 있다. 그러나 주말 별장 콘셉트의 위크엔드 하우스가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불과 2, 3년 전이다. 전원생활 정보업체 ‘OK시골’의 김경래 사장은 “특히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투자에 따른 가격 상승을 더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여유 자금을 차라리 이러한 주말주택으로 돌려 ‘삶의 질’을 찾겠다고 말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들은 특히 수도권보다 땅값이 싸고 법적 규제가 적은 춘천, 횡성, 대천, 충주 등 ‘수도권 경계지역’과 1억5000만 원 이하의 소형주택에 관심이 높다.

○ 건설사, 레저시설 투자 붐

각 건설사들도 주택경기 침체로 힘을 잃은 주택산업 부문을 보완할 신사업으로 레저 관련 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주택의 주 수요층인 가족 고객의 관심사가 여가 쪽으로 움직인다는 인식도 이런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태영건설은 최근 자사 소유의 경북 경주시 ‘블루원리조트’ 내에 워터파크를 신설했다. 송철수 태영건설 상무는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시대에 본격적인 주5일제가 확대, 정착되면 레저산업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향후 리조트 인근에 수목원과 골프장을 추가로 조성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올해 4월 전북 무주리조트를 인수해 ‘덕유산리조트’로 이름을 바꾸며 레저산업을 시작한 부영그룹 역시 스포츠시설과 놀이시설, 호텔·콘도미니엄 등 숙박시설을 직접 조성, 운영할 예정이다.

한편 쌍용건설은 지난해 말 경기 용인시 기흥 나들목 근처에 주말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는 골프빌리지 ‘투스카니 힐스’를 조성했다. 쌍용건설이 해외가 아닌 국내에서 골프빌리지를 지은 첫 사례로 회사 측은 앞으로도 고급형 콘도 리조트 조성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부영그룹은 올해 4월 인수한 무주리조트를 ‘덕유산리조트’로 이름을 바꾸고 시설 확장을 하고 있다.
부영그룹은 올해 4월 인수한 무주리조트를 ‘덕유산리조트’로 이름을 바꾸고 시설 확장을 하고 있다.
위크엔드 하우스 및 관련 산업이 국내에서 정착, 확대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주5일 수업 시행으로 농촌, 도서지역 주택이나 숙박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관련 산업도 팽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재룡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아직은 1가구 2주택 등 각종 규제 때문에 수요자 입장에선 이런 주택을 선뜻 사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론 건설산업 전반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민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레저 관련 수요를 반영해 해외처럼 콘도나 리조트에 투자하는 대형 시행사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이건혁 기자 realis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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