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잃어가는 햇살론]대부업체 타격은커녕 반사이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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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6개월동안 31만명 늘어

지난해 정부가 햇살론을 내놓고 법정최고금리를 낮추는 등 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고금리의 대부업체를 찾는 사람은 더 늘어났다. 정부의 서민금융정책들이 서민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오히려 대부업체에 반사이익을 가져다주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난 셈이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대부업체 고객은 221만 명으로 집계됐다. 햇살론이 나오기 전인 6월 말보다 31만 명(16.6%)이 증가한 것이다. 대출잔액도 7조5655억 원으로 7497억 원(11.0%) 늘었다.

정부가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작년 7월 법정최고금리를 49%에서 44%로 낮추면서 연 10∼13%대의 햇살론을 내놓은 것에 비춰 보면 의외의 결과다.

대부업체들이 햇살론으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도 빗나갔다.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는 2010회계연도(2009년 10월∼2010년 9월) 이자수익이 5490억 원으로 전년도보다 23% 늘었다. 2위인 산와머니도 지난해 이자수익이 4434억 원으로 1년 전보다 46% 급증했다.

정부의 서민금융상품이 당초 기대와 달리 제 역할을 못한 것이다. 대부금융협회가 집계한 상위 88개사의 월별 대출 현황에 따르면 햇살론 판매가 시작된 7월부터 대출 증가폭이 줄어들었다가 햇살론 실적이 급감한 10월부터 다시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출범 초기 햇살론에 모여들었던 저신용자들이 다시 대부업체로 눈을 돌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법정최고금리를 낮춘 것이 대부업시장에 일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최고금리 인하에 맞춰 대부업체들은 평균 신용대출 금리가 작년 말 41.5%로 낮아졌고 상위 업체들은 평균 30% 후반대를 보이고 있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카드사 현금서비스나 저축은행 대출금리와의 차이가 줄어 소비자층이 좀 더 넓어진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대부업체들도 최고이자율이 낮아지면서 연체 위험이 높은 저신용층에서 돈 떼일 가능성이 적은 고신용층으로 고객층을 넓히고 있다. 올해 1분기 대부업체의 신용등급별 대출금액 분포에 따르면 6등급 이상 고객비중은 늘어난 반면 8등급 이하 고객비중은 줄었다.

한 대부업체 관계자는 “대부업계마저 저신용자들을 외면하면 대부분 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것”이라면서도 “최고금리가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우리도 살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철중 기자 tn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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