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직급 상향… 삼성 인적 쇄신 막 올랐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6월 16일 03시 00분


■ 감사-인사 담당자 교체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부정부패 척결을 선언한 뒤 삼성그룹이 15일 감사와 인사 담당자를 교체해 인적 쇄신에 시동을 걸었다. 이 회장은 이날 약 1주일 일정으로 일본으로 출국해 이 회장이 돌아오는 다음 주 이후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은 이날 감사업무를 총괄하는 경영진단팀장에 정현호 부사장(51)을, 인사와 조직문화를 총괄하는 인사지원팀장에 정금용 전무(49)를 임명했다.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에서 자리를 옮긴 정 부사장은 하버드대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딴 재무전문가로 경영관리에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전자 인사팀에 몸담았던 정 전무는 15년간 삼성전자, 삼성 비서실, 삼성 구조조정본부 등에서 인사업무를 전담했다.

이인용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급)은 “이 회장이 깨끗한 조직문화가 훼손됐다고 질책하자 이를 책임지던 팀장들이 사의를 표명한 데 따른 후속 인사”라고 설명했다. 전임 경영지원팀장인 이영호 전무와 인사지원팀장인 정유성 부사장은 원 소속사인 삼성전자로 복귀할 예정이다. 삼성은 미래전략실 산하인 경영지원팀을 별도 조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곧 마련할 예정이다.

삼성 안팎에서는 이날 인사를 삼성테크윈발(發) 인적 쇄신의 서막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이 감사 담당자의 직급을 높이고, 감사 기능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도록 지시한 이후 첫 번째 인선이기 때문이다. 특히 인사 담당자를 교체했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후속 인사에 대한 실무 작업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삼성은 보통 인사 총괄자의 직급은 부사장급, 감사 총괄자는 전무급을 임명했다. 그런데 이번 인사에서 감사 직급이 앞선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 회장이 직접 “감사 담당자의 직급을 높이라”고 주문해 막강한 힘이 실린 결과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감사가 앞장서서 사람을 내보내고, 인사팀이 뒤에서 사람을 채워 넣는 형태의 업무 분장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두 사람 모두 1960년대생으로, 업무 비중을 감안할 때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통상 연말 정기인사 외에는 인사를 꺼리는 삼성이었지만 이번에는 세대교체를 포함한 대대적인 인적 쇄신이 뒤따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두 사람은 윗분들의 신망이 두텁고 이 회장의 심중을 잘 읽을 수 있는 스타일이다. 이재용 사장을 비롯한 자녀들의 운신의 폭을 넓히는 것까지 고려해 광폭(廣幅) 인사를 주도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경영진단팀에서 각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경영진단을 벌이고, 계열사별로도 고강도 감사가 계속될 것이다. 일부 계열사는 최고경영자(CEO) 수준까지 물갈이 인사가 영향을 미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장은 이날 오전 김포공항에서 전용기 편으로 일본으로 떠났다. 1월에 이어 올해 두 번째 일본행이다. 1주일가량 일본 경제단체 대표들과 전자업계 핵심 인사들을 만나 사업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공항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과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대동했으나 이 회장은 최근 강조했던 부정부패 일소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메시지를 남기지 않았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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