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벌써 효과? 유럽 수입차값 첫 인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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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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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 23일부터 ‘S80 D5’모델 80만원 내려
푸조도 내주 인하… BMW 등 인하 잇따를듯

7월 발효되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을 앞두고 볼보코리아가 23일부터 차량가격을 미리 인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유럽 차들의 가격 인하에 국내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볼보코리아는 20일 “한-EU FTA에 따라 인하되는 관세만큼 23일부터 모든 차종과 부품의 가격을 내린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볼보의 대표 세단인 ‘볼보 S80 D5’는 5710만 원에서 5629만6000원으로 약 80만 원 싸진다.

EU 지역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붙는 관세는 현재 차량 수입가격의 8%(배기량 1.5L 초과 차량 기준). 이를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한 협정에 따라 첫해 관세는 5.6%로 낮아진다. 그러나 여기에 물류비용, 금융비용, 마진 등이 더해지기 때문에 실질적 가격인하 효과는 약 1.4%에 그친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유럽산 고급차량의 수입가격이 100이라 하면 각종 비용과 마진이 붙어 소비자 가격은 170∼180으로 뛰어올라 관세인하 효과가 줄어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EU FTA가 발효되기도 전에 발 빠르게 값을 내리기로 한 볼보코리아의 전략은 다른 수입차 업체들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지난달 신규등록 수입차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는 독일차 업체들의 가격 경쟁에 불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푸조는 25일 발표하는 새 세단 ‘뉴 508’부터 관세인하 폭 만큼 내린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고, BMW도 7월 FTA 발효에 맞춰 관세가 인하된 만큼 값을 떨어뜨릴 예정이다. 메르세데스벤츠와 폴크스바겐, 아우디, 포르셰 등은 아직 가격 인하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밝혔지만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볼보의 선제적 가격 인하에 따라 관세 인하 폭만큼의 혜택은 소비자에게 돌려주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일부 업체는 모든 차종이 아니라 7월 이후 발표하는 새 모델에 한해 값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일률적으로 가격을 내릴 경우 그 직전에 차량을 구입한 소비자들의 항의가 거셀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체들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더라도 딜러의 마진폭과 국내 물류비용 등을 감안하면 8%의 관세가 모두 철폐됐을때 소비자가격 인하 폭은 5% 안팎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순위가 바뀌는 등 수입차 업계의 지각변동이 일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하지만 가격 인하 효과와 함께 환경규제 등의 비관세 장벽이 사라지면서 국내 수입차 시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대성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는 “유럽 자동차 업체들이 한-EU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자동차그룹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수입차 국내 판매가격 추이를 유심히 지켜보며 대응전략을 짤 것”이라며 “당장 가격 인하 계획은 없지만 소비자 서비스를 강화하고 품질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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