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태어난 아이가 스무 살이 되는 2030년에는 이런 일이 실제로 전국에서 가능해진다. 현재 정부 주도로 각 업체가 지능형 전력망인 이른바 ‘스마트그리드(Smart Grid)’ 구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그리드란 기존의 전력망에 정보기술(IT)을 적용해 한 방향이 아닌 양 방향으로 전기가 흐를 수 있도록 하고 컴퓨터나 스마트폰, 각종 기기로 전기의 흐름과 사용량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지능형 전력망이다.
이 기술이 상용화되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 등으로 개인주택이나 아파트에서 만들어낸 전력 중 사용하고 남은 부분을 한국전력을 통해 다른 공장이나 아파트, 빌딩 등에 되팔 수 있게 된다. 또 전기의 생산과 소비량이 실시간으로 파악되기 때문에 여름철 에어컨 사용량이 많은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순간적으로 높게 부과할 수 있고, 전기 사용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전기요금을 낮게 책정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소비자들은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 전기를 구입해 집에 마련된 대용량 배터리에 저장해 놨다가 사용할 수도 있게 된다.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되면 이를 이용한 다양한 가전제품과 서비스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 많은 양의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장치, 전기요금이 싼 시간대에만 작동하는 세탁기, 미리 설정해 놓은 전기요금 한도 내에서만 작동하는 냉·난방 및 조명 장치 등이 시판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업체들 사이에서는 에너지 사용량이 적은 아파트를 뛰어넘어 입주자가 사용한 것보다 많은 전기를 생산해 되팔 수 있는 건축물 개발 경쟁이 벌써부터 시작됐다.
GS건설은 지난해 11월 업계 최초로 스마트그리드를 축소한 ‘마이크로그리드 시설’을 경기 용인시 GS건설 기술연구소 생활관에 구축했다. GS건설 생활관은 태양광과 풍력발전, 연료전지, 지열 시스템 등 신재생 에너지원과 에너지 저장장치, 에너지 분산시스템을 활용해 실시간 요금제, 시간변동 요금제 등의 운영기술을 테스트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스마트그리드 아래서 작동하는 신기술 25가지를 개발했으며 추가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에너지 사용량을 모니터할 수 있는 원격검침 시스템, 정해진 요금 내에서 작동하는 조명제어 시스템, 전력사용량을 조절해가며 전기를 공급하는 지능형 가구분전반, 가전기기가 작동하지 않을 경우 자동으로 전력 공급이 끊기는 ‘스위치드 콘센트’, 수소와 산소만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연료전지 등이 이미 실용화 단계에 있다.
대우건설도 태양광발전, 연료전지 시스템, 전력회생 엘리베이터 등 단지 내에서 생산되는 전력과 소비 중인 전력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스마트디지털 전력량계’ 등을 개발 중이다.
업체들이 이처럼 앞다퉈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에 나서는 것은 2030년까지 전국에 스마트그리드가 구축될 예정인 데다 세계적으로도 스마트그리드 관련 시장이 급속히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7조5000억 원을 투입해 2020년까지 광역단위 스마트그리드를 구축하고 2030년까지 전국의 전력망을 스마트그리드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식경제부는 2009년 12월부터 제주시 구좌읍 일대를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로 선정하고 관련 업체들과 기술 개발에 나섰으며 6월부터는 이 일대 주민들에게 실제로 스마트그리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한편 네덜란드는 인공 섬을 만들어 ‘스마트 시티’를 건설 중이며 미국 유럽연합(EU) 캐나다 등도 스마트그리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홍효진 한국정보화진흥원 연구원은 “건설사를 비롯한 한국 기업이 스마트그리드에서 파생되는 변화를 빨리 수용하고 이를 실현할 발판을 마련하는 게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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