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 이념 외울 시간에 현장 배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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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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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벤트성 극기훈련은 NO”… 신입사원들 현장교육 강화
강의-공장견학 수준 벗어나 6개월∼1년 생산라인 배치도

STX팬오션 18기 신입사원들이 벌크선 ‘PAN DYNAMIC’호 기관실에서 전문가로부터 선체 설비구조와 운항기술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TX팬오션 제공
STX팬오션 18기 신입사원들이 벌크선 ‘PAN DYNAMIC’호 기관실에서 전문가로부터 선체 설비구조와 운항기술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STX팬오션 제공
‘창사 이념을 외우는 대신 실전을 익혀라.’

올 상반기 공채가 속속 마무리되면서 각 기업들이 신입사원을 ‘현장형 인재’로 만들기 위한 교육에 한창이다. 그동안은 신입사원들을 앉혀놓고 강의를 하거나 기껏해야 산악훈련, 유격훈련 같은 ‘극기훈련식’ 교육이 주를 이뤘지만 이제는 달라졌다. 신입사원들이 업무 현장을 체험하면서 실전에 필요한 지식을 직접 익히는 현장교육 형태로 바뀌고 있다.

STX팬오션은 올 상반기 입사한 영업·운항직군 신입사원 30명을 대상으로 4, 5월 두 차례 부산항과 인천항에서 현장교육을 했다. 신입사원들은 벌크선에 올라 기관실과 브리지(선박을 조종하는 공간), 선원실 등을 돌면서 선장과 선원들이 실전에서 어떻게 일하는지 체험했다. 해양대 출신 전문가들에게서 선박 엔진과 항해 기기에 대한 교육도 받았다. STX팬오션 관계자는 “100번 강의를 듣는 것보다 한 번 현장을 보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판단으로 현장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좀 더 빨리 실전에 투입한다는 전략이다.

전자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더 적극적이다. 삼성전기는 올 1월 입사한 사무직 등 대졸 신입사원 100명을 6개월에서 1년간 생산현장인 공장에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혀 화제를 모았다. 신입사원들은 요즘 수원, 대구, 부산에 있는 공장에서 다양한 업무를 체험하고 있다. 생산직 사원들과 똑같이 제조라인에 투입돼 3조 2교대 근무를 하면서 제품을 만드는 방식을 익히고 불량이 나오면 그 원인을 함께 분석하는 식이다. 매일 2시간씩 중국어 교육도 받는다.

비록 초반에는 힘들더라도 이를 통해 현장경험을 갖춘 인재를 키우는 것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게 삼성전기의 판단이다. 신입사원들도 업무가 익숙하지 않아 초반에 허둥지둥대는 것보다는 1년 정도 특별훈련을 거치는 것이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어 좋다고 입을 모았다.

GS칼텍스는 벌써 17년째 현장교육을 하고 있다. 엔지니어들은 6개월간 여수공장에서 일하고 영업직 등 비(非)엔지니어는 각 지역 주유소에 투입돼 직접 기름을 넣기도 하고 영업부서에 배치돼 ‘주유소 사장님을 상대로 어떻게 영업해야 하는지’ 등 실전 업무를 체험한다. 강태화 GS칼텍스 차장은 “현장을 알고 업무에 뛰어들어야 현실성 있는 기획과 아이디어들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 밖에 한화케미칼은 ‘공장을 한 바퀴 돌아보는 차원이 아니라 집중적으로 실전교육을 하겠다’며 작년부터 신입사원들을 울산과 여수공장으로 3개월 정도 내려보내 현장교육을 하고 있다. 포스코 역시 2009년부터 신입사원들을 6개월간 포항 및 광양제철소에 파견하고 있으며 신입사원들은 이 기간의 학습 결과를 바탕으로 근무 부서에 배치된다.

이처럼 현장교육을 통해 ‘프로 같은’ 신입사원을 키워내겠다는 기업들은 갈수록 많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신입사원 현장교육은 업무 효율성도 높이고, 사원들의 애사심도 기를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장선희 기자 sun1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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