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근 前 부원장보 “언젠가는 저축銀서 사고 터질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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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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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에서 언젠가 사고가 날 줄 알았는데…. 결국 이렇게 됐네요.”

이석근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53·사진)는 6일 신한은행 감사 내정자에서 물러나기로 한 뒤 본보 기자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한 국민의 분노를 충분히 이해한다”며 “감사직을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후회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낙하산 논란’의 한복판에 있는 걸 매우 부담스럽게 생각했다. 친정인 금감원 이야기를 할 때도 조심스러워했다.

“저축은행의 덩치가 커지고 서민경제에서 영향력도 확대됐는데 금감원이 이에 맞는 감독체계를 만들지 못했어요. 솔직히 금감원 내부에서도 저축은행을 담당하는 조직과 인력을 홀대했죠. 저축은행 검사와 감독을 가장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맡는 게 아니라 조직에서 ‘소외된’ 인력이 떠맡아 하다 보니 이 지경에 이른 겁니다.”

저축은행 지배구조가 사고 위험성을 높이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는 “금융회사라고 하더라도 은행 증권회사와 저축은행은 완전히 다른 회사”라며 “대주주가 모든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하는 구조여서 부정이 일어날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금감원 내부의 조직이기주의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부원장보는 “금감원 직원들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권역별 부원장 밑으로 헤쳐모여 서로 융합하지 못하다 보니 적재적소에 인력이 배치될 수 없었다”며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없으니 패배감이 생기고 도덕적으로도 해이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최근 권혁세 금감원장이 부원장들의 인사권을 회수하겠다고 말한 것은 적절한 조치”라고 덧붙였다.

그는 금감원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없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지금은 금감원이 ‘두들겨 맞아야 할 때’라고 본다. 힘들더라도 금융감독 당국의 위상에 걸맞은 윤리의식을 갖추기 위해 노력할 수밖에 없다”고 대답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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