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본부 “2000억원 운용” 교원공제 “해외사업팀 신설”
전문가 “진출은 늦었지만 향후 세계시장서 큰손 될 것”
국내 연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헤지펀드 투자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다음 달 우정사업본부가 2000억 원을 투자할 헤지펀드를 확정하는 데 이어 교직원공제회 등도 올 하반기에 본격 투자에 나선다. 채권, 주식 같은 전통적인 금융상품만으로 기대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자 시중금리보다 조금 높은 수익을 안정적으로 낼 수 있는 헤지펀드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한국 시장에 눈독 들이던 해외 헤지펀드들도 연기금에 러브콜을 쏟아내며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공적자금 53조 원을 운용하는 우정사업본부는 과거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헤지펀드에 소액 투자한 것과 달리 이번에는 여러 헤지펀드를 모아 만든 재간접펀드 형태로 헤지펀드에 직접 투자하기로 했다. 2000억 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하고 2월 초 투자 공고를 내자 상위 50위권에 속한 대형 헤지펀드를 포함해 105개의 해외 헤지펀드가 투자제안서를 제출할 정도로 관심이 뜨거웠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20곳의 헤지펀드는 지난달 방한해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펼쳤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달 말 미국과 영국을 방문해 현장실사를 거친 뒤 투자할 헤지펀드를 최종 확정할 방침이다.
교직원공제회도 지난달 초 해외 주식·채권뿐 아니라 헤지펀드를 포함한 해외 대체자산 투자를 전담하는 ‘해외금융사업팀’을 신설하고 하반기 전체 자산의 1% 미만 규모로 헤지펀드에 투자하기로 했다. 박인현 교직원공제회 해외금융사업팀장은 “투자 방침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헤지펀드들이 접촉해 온다”며 “동일본 대지진 발생 직후 우리에게 글로벌 시장 동향과 전망을 브리핑해 줄 정도”라고 귀띔했다. 실무진 차원에서 헤지펀드 투자를 검토 중인 국민연금도 기금운용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연기금들이 헤지펀드 투자에 나선 것은 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기대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헤지펀드가 20∼30%대의 높은 수익을 추구하는 ‘고수익, 고위험’ 상품으로 잘못 알려져 왔다”며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채권금리보다 약간 높은 10%대 안팎의 수익률을 고정적으로 추구하는 상품이 헤지펀드”라고 강조했다.
서정두 한국투자신탁운용 글로벌운용본부장은 “세계 헤지펀드 시장의 70%를 각국의 기관투자가들이 차지하고 있으며 금융위기 이후 연기금 투자가 크게 늘고 있다”며 “국내 연기금도 늦은 감이 있지만 해외 부동산 시장에서 큰손으로 자리 잡은 것처럼 머지않아 헤지펀드 시장에서도 큰손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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