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매각을 둘러싼 분쟁에서 법원이 현대그룹 대신 채권단의 손을 들어주면서 주식시장에서는 관련 기업들의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인수 불확실성이 해소된 현대건설은 물론 현대건설의 새 주인으로 유력해진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은 일제히 동반 상승세를 나타냈다. 반면 현대건설을 되찾겠다는 꿈이 무산된 현대그룹은 주가가 일제히 추락했다. 지난해 11월 현대그룹이 인수 우선협상권을 따냈을 때 현대그룹과 현대건설이 급락하고 고배를 마신 현대차가 상승한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장 초반부터 급등세를 탄 현대건설은 전날보다 6.67% 오른 8만 원에 장을 마쳤다. 이날 증권사들도 현대건설 목표주가를 최고 11만 원까지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종 매각까지 시간이 걸리더라도 매각 관련 불확실성이 크게 줄어들어 이제 실적이나 수주 등 기업가치에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1분기부터 나타날 신규 수주 흐름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올렸다”고 말했다.
현대차(6.18%)와 기아차(3.27%), 글로비스(5.61%) 등 현대차그룹 또한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이 커진 데다 지난해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까지 더해지며 상승랠리를 이어갔다. 이기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현대차그룹의 현대건설 인수를 부정적으로 볼 필요가 없다”며 “현대차의 이익 증가세와 현대건설 적정 가치를 비교하면 5조1000억 원의 인수 대금은 과도하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현대엠코의 대주주이기도 한 글로비스는 현대건설 인수 후 건설자재 물류를 맡게 되면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반면 가처분 항고를 통해 법적 대응을 계속하겠다는 뜻을 밝힌 현대그룹주는 약세를 면치 못했다. 현대상선은 전날보다 3.3% 내렸고 현대엘리베이터는 하한가로 떨어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현대건설 인수 여부, 인수 차입금 부담 규모, 상환 방법 등이 불확실해 회사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인수 관련 부담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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