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 4社 ‘트리플 호재’로 실적 기대감

  • 동아일보

① 정제마진 상승 ② 중국 경유대란 반사이익 ③ 고유가

오랜 부진에 시달리던 국내 정유업체들이 최근 ‘트리플 호재’로 특수를 누리고 있다. 불황기의 과감한 투자가 △정제마진 상승 △중국발 경유 대란에 따른 수출 호황 △고유가 시황과 맞아떨어지면서 긴 불황의 터널을 벗어나고 있다.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4대 정유업체는 2008년 이후 실적이 바닥이었다. 세계적으로 정유 수요가 급감하면서 지난해 이들 4개 업체는 사상 최초로 정유 부문에서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정유 및 석유화학 수요가 살아나면서 4분기(10∼12월)에만 사별로 수천억 원의 영업이익이 예상되고 있다.

정유업계 부활의 가장 큰 원동력은 불황기에 대규모 투자를 아끼지 않았던 전략이다. 원유를 부가가치가 높은 고급 기름으로 정제하는 고도화설비 투자에 공을 들인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정제마진 상승세에 신바람이 났다. 정제마진이란 원유와 이를 가공한 석유제품 사이의 국제시세 차이. 올해 중반까지 배럴당 3달러 안팎이었던 정제마진은 유가 상승으로 최근 6달러까지 올랐다. 고도화설비로 비싼 기름을 생산할수록 정제마진 상승의 효과를 더 크게 얻을 수 있다.

지난해 1조4000억 원을 들여 온산공장 확장 프로젝트를 시작한 에쓰오일은 파라자일렌(PX·나프타를 가공해 만든 석유화학제품의 중간원료) 가격 상승에 반색하고 있다. 파라자일렌 가격은 연초 t당 800∼900달러 선에서 최근에는 1400달러까지 치솟았다. 에쓰오일은 내년 초 공장 확장이 끝나면 파라자일렌 생산량이 배로 뛴다. SK에너지는 불황기에 꾸준히 정유 수출지역을 다각화한 것이 고유가 시황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이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따라 경유 수입을 늘리면서 경유와 석유화학 수출이 동반 성장하는 것도 호재다. 파라자일렌 생산량의 90%를 중국에 수출하는 SK에너지 관계자는 “중국 수요가 늘고 있는 데다 가격까지 좋아 실적 개선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는 이 같은 호황이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현재 고유가 흐름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투기자본 유입의 영향이 크다는 점은 주시하고 있다. 또 최근 국내 휘발유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비싼 기름값’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것도 우려하고 있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휘발유 가격은 국제유가와 환율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라서 휘발유 가격과 정유업계의 수익은 무관하다. 휘발유 판매마진은 1% 정도로 매우 낮다”고 설명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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