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한국 정치권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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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이정도면 손해 볼 것 없어” 野 “안보지원 받고 끌려다녀”

정부가 5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 결과를 발표하자 여야의 평가는 평행선을 달렸다. 타결안을 놓고 곳곳에서 날카로운 신경전이 벌어졌다. 특히 자동차 분야의 협상에 대해 한나라당은 “손해 볼 게 없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야당은 “미국의 요구를 모두 들어준 불평등 협상”이라며 날을 세웠다. 내년 초 한미 FTA 비준안의 국회 처리를 앞두고 전운(戰雲)이 감돌고 있다.

○ 여야 반응 ‘하늘과 땅’

이날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와 고흥길 정책위의장은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자동차 분야 협상 결과의 긍정적인 면을 적극 부각했다.

김 원내대표는 “올해 (국산차의) 미국 수출량은 93만 대를 예상하는 데 반해 (미국 차의) 수입은 1만 대 정도로 100분의 1 수준”이라며 “수출 차종과 수입 차종이 완전히 다른 그레이드(등급)이기 때문에 (국산차의) 미국 시장이 계속 신장하기 위해선 이런 정도로 협상하는 것이 아주 잘된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미국시장 규제가 자유무역이긴 하나 아주 무서운 면이 있기 때문에 (무역 보복적 성격의) ‘제2의 도요타 사태’를 안 당하기 위해서는 아주 잘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정청 수뇌부도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9인 회동을 열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의 보고를 받은 뒤 “한미 FTA를 통해 한미동맹 관계의 기반이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고 임채민 총리실장이 전했다.

반면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이날 추가협상 결과를 보고하기 위해 국회를 방문한 김 본부장에게 “연평도 포격 사태로 국민의 마음이 불안하고 미국의 안보지원을 받고 있어 일방적으로 끌려가는 협상이 된 것 아니냐”고 말한 뒤 보고받는 것을 거부했다. 민주당은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이명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및 김 본부장 해임을 촉구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대표는 김 본부장의 보고를 듣는 자리에서 “미국은 처음부터 쇠고기 문제를 ‘바게닝 칩(협상카드)’으로 활용해 자동차 분야 협상력을 높이려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 국회 비준안 처리 난항 예상

새 비준안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와 본회의에서 각각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외통위의 경우 재적 의원 28명 중 과반수인 18명이 한나라당 소속이라 단독 처리에 나설 경우 비준안 통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지난해 4월 외통위에서 기존 비준안이 통과될 때처럼 민주당 등 야당이 물리력을 동원해 표결을 막을 경우 비준안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당시 여야 의원들 간의 몸싸움 끝에 한나라당은 단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켰다.

한나라당 소속인 남경필 외통위원장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 의회에서 한국의 쇠고기 수입 확대를 요구하며 비준안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며 “미 의회가 시간을 끌면 우리도 부드럽게 넘어갈 수 없다”고 말했다.

비준안이 외통위를 통과하면 일반적인 법률안과 달리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바로 본회의에 상정된다. 본회의에서 재적 의원 298명 중 과반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한나라당이 171석의 의석을 갖고 있어 단독으로 비준안을 통과시킬 수 있다. 그러나 민주당 등 야당이 본회의장에서도 실력 저지에 나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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