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스마트비즈센터에서 하루 지내보니

  • 동아일보

23개 벤처가 한층에서 ‘따로 또 같이’ 업무

스마트비즈센터 내 카페에서 새 서비스를 시험 중인 벤처기업 스윗토리. 사진 제공 KT
스마트비즈센터 내 카페에서 새 서비스를 시험 중인 벤처기업 스윗토리. 사진 제공 KT
지난달 22일 오전 9시. 교통 흐름과는 거꾸로 움직였다. 수십만 명의 경기 지역 직장인들이 서울로 출근하는 사이 기자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의 KT 모란지사로 찾아갔다. KT는 모란지사 6층을 개조해 ‘스마트비즈센터’로 이름 붙였다. 창업 단계의 벤처기업인들에게 3개월 단위로 업무공간을 빌려주는 일종의 창업지원센터다. 가장 큰 방이 8인실이라 기업이 성장하면 빨리 다른 곳으로 사무실을 옮기도록 계약 기간을 짧게 둔 것이다.

기자도 이날 하루 1인실을 빌려봤다. 책상과 옷걸이, 전화와 인터넷 시설이 있어 노트북컴퓨터를 펼치니 바로 업무가 가능했다. 리셉션에서는 팩스와 택배, 우편물을 사무실로 전달해줬고, 찾아오는 손님은 접견실이나 센터 내 카페로 안내도 해줬다. 카페의 커피도 무료였다.

성남이지만 분당이 아니라서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싸고, KT 건물이라 인터넷 시설이 최고 수준이다. 지하철 모란역이 옆에 있어 교통도 편리했다. 꿈 많은 창업자들이 스마트비즈센터를 첫 사무실로 택한 이유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닌 듯했다.

낮 12시 40분. 점심식사를 마치고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밖에서 “실장님, 저희 로고 디자인 좀 빨리 바꿔주세요”라는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스윗토리’라는 소셜커머스 업체를 창업한 문새롬 씨였다. 문 씨는 이 센터에 입주한 ‘디자인트리’라는 웹디자인 업체에 로고 디자인을 맡겼다. 디자인 변경은 당장 이뤄졌다. 마치 한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끼리 업무를 처리하듯 일사천리였다.

오후 3시. 마침 한 달에 한 번 있는 입주자 회의 날이었다. 9월에 문을 연 센터는 두 달 만에 23개 벤처기업이 들어와 입주율이 95%가 됐다. ‘프레이지’라는 1인 기업을 창업한 김형빈 씨가 다른 기업에 자신의 기업을 소개했다. 그는 “요즘 스마트폰용 광고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어 하는 기업이 많은데 이들을 소개해 줄 테니 함께 이런 앱을 만들어 납품해 보자”고 제안했다.

김 씨는 광고회사 출신의 디자이너로 광고주와의 인맥이 두텁다. 그래서 프로그램 개발 능력을 가진 벤처기업과 광고주를 연결하는 1인 중개회사를 차린 것이다. 창업 두 달째인데 이미 기존 대행사 시절 월급보다 나은 수입을 올린다고 했다. 스마트비즈센터의 다른 기업들이 그의 고객이자 파트너가 되어 준 덕분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이 시설은 원래 ‘스마트워킹센터’를 목표로 만들어졌다. 도심 지역에 본사가 있는 직장인들이 굳이 도심까지 출퇴근하지 않고도 집 근처 사무실로 출근해 출퇴근 시간을 아끼도록 하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런 업무 형태가 보편화되려면 스마트워킹센터가 지금보다 훨씬 많이 생겨야 한다. 입주 기업인들도 아쉬워하는 부분이 있다. 캐나다 교포로 전자책 출판솔루션업체인 디스럽트를 창업한 데이비드 리 씨는 “벤처기업이 모인 창업공간에서는 은행이나 벤처캐피털 등의 투자자나 잠재 주요 고객인 대기업 직원과 우연히 마주칠 수 있는 ‘계획에 없던 만남’이 성장에 큰 계기가 된다”며 “KT 모란지사는 위치가 그런 네트워크와는 먼 게 단점”이라고 말했다.

성남=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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