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편안한 연말을 원하지만 항상 그랬듯 연말 가는 길은 순탄치가 않다. 올해도 예외가 아니다. 2,000을 향해 순항하던 주식시장이 한순간에 휘청거리고 있다. 주가 급락 사유는 △옵션만기 당일 외국인투자가의 대규모 차익매도 △해외자본 유입에 대한 규제 가능성 △중국의 추가 금리인상 우려 △재(再)점화된 남유럽 재정위기 등이다.
여기서 옵션만기 당일 외국인이 대규모로 차익매도했다는 것은 이미 과거형이고 수급 교란 요인에 불과해 일회성 악재로 봐야 한다. 문제는 하나같이 펀더멘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다른 변수에 있다. 이들 변수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진다면 시장은 일시적으로 기복과 굴곡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방통행처럼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신흥국의 자본 유출입 통제를 인정했다. 급속한 자본 유출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신흥국의 시장 개입을 사실상 허용한 것이다. 당장 정책당국은 자본통제를 시작할 태세로 시장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통제 대상은 채권시장으로 유입되는 자금에 국한됐다. 외국인 주식 투자는 기존처럼 자유롭게 허용한다. 자본통제를 통해 원-달러 환율의 하락 속도가 조절된다면 증시에는 나쁘지 않은 뉴스다.
중국 런민은행은 물가상승 압력이 커졌기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 상하이종합지수는 긴축 우려를 반영하며 지난 주말 5% 이상 급락했다. 그러나 일련의 환경 변화를 고려할 때 런민은행이 공격적으로 긴축을 추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식료품을 제외한 물가상승폭은 전년 대비 1.6%에 불과하다. 또 농산물 가격이 오른다 해도 농촌 소득을 지지하는 정부 정책상 빡빡한 긴축으로 선회하기 어렵다. 주택가격 상승이 문제될 수 있지만 이 부분은 포괄적 긴축보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를 통해 가격 안정을 유도하고 있다. 오히려 중국 정부가 고민하는 부분은 글로벌 통화팽창에 따른 상품가격 상승과 핫머니 유입에 따른 농산물 투기 수요 증가에 있다. 따라서 현 시점의 금리인상은 해외 유동성 유입에 따른 부작용을 막겠다는 의지로 봐야 한다.
남유럽 재정위기도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이번에는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이 위기의 진원지다. 그리스와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제조업 성장 기반이 미약하고 재정긴축과 구조조정에 대해 광범위한 국민적 합의를 얻어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유로 단일통화로 인해 환율 조절 기능이 없다는 점도 같다. 단기적으로는 남유럽 재정위기가 글로벌 금융시장을 흔들 수 있지만 그리스 해법의 선례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극복 가능한 악재다.
연말 가는 길에 굵직굵직한 복병이 도사리고 있어 주가 변동성 확대가 예상된다. 그러나 과도한 비관은 득보다 실이 크다. 이번 조정은 가격 부담을 해소하며 계단식 상승을 지지해 줄 것이다. 이번 주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과 미국의 10월 소매판매를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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