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0억달러 돈풀기 해명하라”… 中, 美에 반격나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1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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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도 ‘5조엔 투입’ 응수… 서울G20 다시 ‘환율 戰雲’

미국이 3일(현지 시간) 6000억 달러의 돈을 풀기로 한 뒤 세계 곳곳에서 환율 전쟁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은 반발하거나 역공을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11일에 열릴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나올 환율 관련 합의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중국 “국제적 신뢰에 손상” 경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2차 양적 완화를 조치한 직후인 5일 중국은 미국에 양적 완화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섰다. 추이톈카이(崔天凱)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이날 외교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은 최근 결정에 대해 우리에게 설명을 빚졌다”며 “미국이 설명을 하지 않으면 세계경제의 회복과 성장에 대한 국제적인 신뢰에 손상이 올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요구에 쉽게 응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보였다. 추이 부부장은 미국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위안화 평가절상에 대해 “어떤 나라, 어떤 사람이 일정한 기간 안에 위안화 가치를 일정한 수준에 맞추기를 원한다면 우리에게 환율을 조작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이 부부장은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적자 또는 흑자 비율을 4% 이내로 유지하자는 미국 측의 제안에 대해 “요점을 잃은 것”이라며 “인위적인 목표 설정은 계획경제 시대를 상기시킨다”고 반대했다.

장민 금융연구원 국제·거시금융연구실장은 “양적 완화 규모가 예상보다 작아도 일단 정책의 기조가 이어지면 신흥국은 인플레이션과 자산시장에 거품이 형성되는 문제가 생긴다”며 “중국이 서울 정상회의에서 더 강경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금융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전 세계적으로 주가와 원자재 가격은 동반 상승했다. 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19.71포인트(1.96%) 오른 11,434.84로 마감하며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5일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2.86% 뛰었고 중국 상하이지수는 1.38% 올랐다. 4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7개월 만의 최고치인 배럴당 86.49달러로 장을 마쳤다.
▼ 中“위안화 절상요구는 환율조작 하라는 것” ▼

○ 일본, 경기부양 의지 강조

일본은행은 5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사실상의 제로금리인 0∼0.1%로 정책금리를 유지했다. 또 지난달 발표한 금융자산매입기금 5조 엔을 어떻게 시장에 풀지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새로운 내용은 그 가운데 5000억 엔을 위험자산인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을 사들여 풀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앙은행이 위험자산을 직접 사들임으로써 이 자산에 대한 시장의 불안심리를 진정시키려는 것”이라며 “일본의 경기부양 의지가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이 추가적인 양적 완화를 조치하거나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가이에다 반리(海江田万里) 경제재정상이 이날 “일본은행의 국채와 사채 매입 규모가 미국에 비해 너무 작다”고 지적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재무상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면밀하게 주시할 것”이라며 “외환시장 동향을 주시하며 필요한 경우 단호한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엔-달러 환율(서울 외국환중개 고시 기준)은 80.76엔으로 전일보다 소폭 하락했다.

태국의 꼰 차띠까와닛 재무장관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투기자본으로 인한 급격한 (환율) 변화와 이에 따른 피해는 원치 않는다”며 “필요할 때 어떤 조치라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 한국 간접적인 외환시장 개입

한국은 간접적으로 외환시장 개입 효과를 꾀했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15일부터 23일까지 주요 외국환은행에 대해 추가로 공동검사를 실시한다고 5일 밝혔다. 이들은 은행이 선물환포지션 제도를 지키고 있는지 점검한다. 시중은행이나 외국은행 지점이 단기 차입용으로 과도한 달러를 들여오거나 원화 강세에 베팅을 못하도록 간접적인 압력을 가하기 위해서다. 지난달 19일에 이은 추가적인 검사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2원 내린 1107.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환율은 전날보다 3.0원 내린 1104.5원으로 출발하며 연중 저점 가까이 갔으나 한은과 금감원의 공동조사 소식 등으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3.54포인트(0.18%) 하락한 1,938.96으로 마감했다. 장 초반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 때문에 1,960 선에 올라서기도 했으나 펀드 환매가 늘어나면서 기관투자가가 4300억 원 넘게 순매도하자 지수는 하락세로 꺾였다. 하지만 외국인은 8000억 원 가까이 순매수하면서 ‘바이 코리아’를 재개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베이징=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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