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가평의 아난티클럽서울. 골프장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은 이름이다. 리츠칼튼CC에서 문패를 바꿨다. 2년 동안 전면적인 리모델링을 거쳐 예전 모습은 찾기 힘들다. 6월 재개장 후 기존 골프장과는 차별화된 복합문화공간을 지향해 눈길을 끈다. 입소문이 나면서 주말골퍼뿐 아니라 가족 연인의 여가공간으로 호평받고 있다.
○ 파격적인 공간
서울 올림픽대로 강일 나들목에서 경춘고속도로에 올라선 지 20분 남짓. 설악 나들목을 빠져나오면 금세 도착할 수 있다. 골프장에서 흔히 눈에 띄는 클럽하우스는 찾아볼 수 없다. 지하벙커처럼 땅속에 건물을 묻어버린 독특한 형태의 건축물이 있을 뿐이다. 검은색 자동문이 열리면 에스컬레이터가 기다리고 있다. 통유리로 시원하게 뚫려 있어 그린을 조망하며 책을 읽을 수 있는 라이브러리 라운지와 잣나무 숲 사이에 자리 잡은 야외풀장, 더 레스토랑 등이 대표적인 시설물이다. 소장 도서만도 5만 권에 이른다.
구석구석 꼼꼼한 손길도 인상적이다. 남성 화장실은 명소가 됐다. 소변기 앞에 금붕어 한 마리와 빨간 단풍이 담긴 어항이 놓여 있다. 용변을 볼 때 더욱 신경이 쓰인다. 청결을 유지를 위한 기발한 발상이다.
그늘집도 한적한 숲 속의 카페를 떠올린다. 자작나무코스 4번홀에 있는 매퀸스 카페는 영화배우 스티브 매퀸이 즐겨 탔던 동일한 모델의 모터사이클과 그가 출연했던 영화를 감상할 수 있다.
○ 금강산도 식후경
레스토랑에는 신선한 유기농 샐러드 뷔페, 직접 운영하는 제빵실에서 갓 나온 베이커리와 케이크가 입맛을 돋운다. 놋그릇 등 음식을 담는 용기에서도 세심함이 느껴진다. 이만규 대표는 “집에서 먹는 편안한 기분을 전달하려 한다. 메뉴에 없더라도 미리 주문을 하면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막걸리는 명물로 불린다. 식음료 지배인이 1년 반 동안 울릉도를 비롯해 전국의 유명 술도가를 돈 끝에 전북 완주의 ‘천둥소리’ 막걸리를 도입했다. 꾸지뽕, 쌀, 산양산삼 세 종류로 특수 적외선 처리로 한 달 동안 맛과 신선도가 유지된다. 병 디자인도 와인처럼 고급화해 선물로 구입해가는 고객이 늘고 있다.
○ 온가족이 함께
색다른 외식 공간으로 제격이다. 서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특급호텔 주방장 출신이 내놓는 스테이크 바비큐 등을 즐길 수 있다. 여느 골프장과 달리 작곡과 출신의 이벤트 매니저가 따로 둬 주말마다 클래식 재즈 팝페라 샹송 등 다양한 공연을 펼친다. 겨울에는 테니스코트에 아이스링크를 조성하고 눈썰매장과 스노트레킹 코스를 설치할 계획이다. 개썰매와 스노모빌 같은 이색 체험도 가능하다. ○ 달라진 코스
예전에는 스키장 상급자 코스 같은 가파른 내리막에 90도 꺾인 페어웨이 등 험난하기로 소문났다. 하지만 ‘완전히 없애고 다시 짓기’를 모토로 연인원 2만600명, 연장비 2만4911대를 동원해 뜯어고쳤다. 티박스를 뒤로 빼 전장을 늘렸고 블라인드 홀도 개선했다. 1만 그루의 자작나무는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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