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응찬 신한 회장 사퇴 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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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10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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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이사회 이후에도 열심히 일해달라”… 후임 류시열 직대체제 유력
신상훈-이백순은 “사퇴 없다”… 경영진 갈등 한동안 지속될듯

재일교포 주주들로부터 거센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사진)이 신한금융 사태가 불거진 지 2개월 만인 27일 처음으로 자진 사퇴할 뜻을 내비쳤다. 이에 따라 라 회장은 30일로 예정된 신한금융 임시 이사회에서 공식 사퇴하고, 이사회는 라 회장의 역할을 대신할 직무대행 체제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본보 23일자 A1면 참조 신한금융 日주주들 “라응찬 오지 말라… 퇴진하라”

라 회장은 이날 열린 수요일 정례 최고경영자(CEO) 모임에서 계열사 사장들에게 “30일 이사회 이후에도 열심히 일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고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가 전했다. 직접적으로 사퇴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이사회 이후 신상 변동 가능성을 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다른 관계자는 “올해 초 네 번째 연임한 것을 후회하면서 참석자에게 조직을 위해 힘써 달라고 당부했다”며 “어느 정도 결심이 선 것으로 보였다”고 전했다.

CEO 모임에 앞서 라 회장은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 이백순 신한은행장과 향후 조직 안정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30일 이사회에서 라 회장이 물러나더라도 신한금융 최고경영진 사이의 갈등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신 사장은 “30일 라 회장이 거취를 표명하더라도 명예회복 전까지 사퇴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이 행장 측 관계자도 “(신 사장을) 검찰에 고소한 측이 먼저 물러날 이유가 없으며 30일 이사회에서도 사퇴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의 관심은 라 회장이 물러난 뒤 후계구도에 쏠리고 있다. 신 사장이 이사회로부터 ‘대표이사 사장’ 직무를 정지당한 상황에서 라 회장마저 ‘대표이사 회장’에서 물러나면 경영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 이사회는 당장 후계구도를 결정하기보다는 이사 중 한 명을 ‘대표이사 대행’으로 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표이사 대행 후보로는 옛 제일은행(현 SC제일은행) 행장과 은행연합회장 등을 지낸 류시열 비상근이사(72)가 거론되고 있다. 대표이사 대행은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때까지 신한금융을 이끌면서 후계구도를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 고위 관계자는 “아직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지만 ‘신한금융지주 회장 사장 등은 계열사 사장들이 채우고, 신한은행장은 내부 승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표이사 대행 선임에 대해 이사들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라 회장의 사퇴가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일부 교포 주주들이 라 회장과 가깝다는 이유로 류 이사의 대행 선임을 반대하는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다음 달 4일 열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라 회장은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직무정지 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 사퇴는 시간문제로 금융권은 보고 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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