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 FTA 체결 이후]아사히 -WSJ 등 ‘한국, 또 日꺾다’ 심층보도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0월 8일 03시 00분


日 “미래를 선점당해… 수출 年30억달러 뺏길것”

‘홀로 남겨진 일본….’ 7일 일본 언론은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공식 서명을 지켜본 심정을 이같이 표현했다. 일본 주요 신문들은 “유럽시장에서 한국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자동차와 전기전자 업계가 위태로운 지경에 처했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넷판도 “한국이 또 일본을 꺾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한-EU FTA 체결로 일본이 입을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한 해 30억 달러 시장 잃는다

이날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무역진흥회(JETRO) 산하 아시아경제연구소는 한-EU FTA로 일본은 연간 약 30억 달러의 수출 시장을 한국에 빼앗길 것으로 추산했다. 한국의 민간 경제연구소가 내놓은 전망치와 비슷하다. 한국에서는 EU와의 FTA로 향후 15년간 수출이 연평균 25억 달러, 무역흑자도 3억6000만 달러씩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계산방법은 다르지만 한국의 수출 증가분이 고스란히 일본에서 옮아오는 셈이다.

아시아경제연구소는 빼앗기는 시장의 대부분이 한일 경쟁이 치열한 자동차와 전자제품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산 박막형TV의 비중은 각각 46.1%와 30.8%로 1, 2위를 다투고 있다. 자동차 역시 현대차가 도요타, 닛산 등과 경합을 벌이고 있다.

EU는 수입 자동차와 가전에 각각 10%와 14%의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산 가격이 그만큼 싸지는 셈이다. 최근 엔화 가치의 급격한 절상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으로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가타야마 미키오(片山幹雄) 샤프 사장은 “한국 제품에 대한 EU의 관세 인하분을 일본 기업이 자력으로 충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가격 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 면에서 한일 격차가 많이 줄어든 요인도 있다. 아사히신문은 “메이드 인 저팬에 환호하던 유럽 소비자의 인식도 크게 바뀌었다”며 “소니와 파나소닉 브랜드에 집착하는 것은 나이 든 세대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 한국 자동차가 가장 큰 수혜

일본 언론은 특히 한국 자동차 업계가 FTA의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 시장에서 한국과 일본의 점유율은 각각 3.9%와 13.5%로 아직 격차가 크다. 그러나 이 같은 격차는 품질 이외에도 브랜드 인지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한국 자동차 회사가 관세 인하로 얻는 이익을 마케팅 비용으로 돌리면 유럽에서 한국 자동차의 브랜드 이미지가 일본 업체보다 더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회사뿐만 아니라 자동차 부품 회사의 수출 확대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폴크스바겐 등 독일 회사가 한국 부품 구매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한국산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면 수출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정부는 산업계의 요구에 따라 EU와의 FTA 협상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EU는 FTA의 전제조건으로 의약품 등 승인 수속의 간소화, 주류 판매와 금융시장 개방 등 28개 항목의 비관세 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일본 국내법을 고쳐야 한다. 또 일본 정부는 국내 농가 보호를 위해 농산물 시장 개방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함께 자동차와 가전의 대일본 수출관세가 제로인 점도 EU가 일본과의 FTA 협상에 적극적이지 않은 이유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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