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선물, 비싼 과일세트 대신 술로?

동아일보 입력 2010-09-09 03:00수정 2010-09-09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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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예약판매 ‘대체재 효과’… 과일 주문 줄고 주류 늘어
추석을 앞두고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와 같은 돈을 들고 시장에 가도 장바구니 무게가 절반 가까이 줄어 서민들의 올해 추석 준비는 부담이 늘게 됐다. 오른쪽은 8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5만 원으로 장을 본 물품들이고, 왼쪽은 지난해 이맘때 물가(통계청 기준)로 산 5만 원어치 물품을 모은 것이다. 실제로 통계청은 지난달 생활물가 152개 품목 가운데 75%에 해당하는 114개가 가격이 올랐다고 8일 밝혔다. 폭염과 폭우가 계속되면서 무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6.6% 올랐고, 마늘(85.0%) 수박(72.6%) 시금치(56.9%) 오이(54.7%) 배추(35.9%)도 줄줄이 값이 뛰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올해 냉해와 폭염, 태풍의 영향으로 과일 값이 크게 오르자 추석선물로 과일세트 대신 주류세트를 찾는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추석선물세트 중 과일세트와 가격대가 가장 비슷한 주류세트를 선택해 같은 효용을 얻으려는 이른바 ‘대체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꿩 대신 닭’처럼 ‘과일 선물 대신 술 선물’인 현상이다.

현대백화점이 8월 20일∼9월 5일 추석선물 예약판매를 한 결과 지난해 예약판매 기간(8월 24일∼9월 16일)과 비교했을 때 전체 매출 중 주류세트 비중은 지난해(6.5%)와 올해(6.4%)가 비슷했지만 과일세트는 올해 9.8%로 지난해(10.5%)보다 0.7%포인트 줄었다. 판매수량에서도 과일세트는 지난해 5020개에서 올해 4720개로 줄어든 데 비해 주류세트는 지난해 3490개에서 올해 3530개로 늘었다.

사과와 배 등 과일세트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오른 데다 이상기후를 겪은 과일의 맛을 소비자들이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백화점 측 설명이다. 반면 주류세트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수준이면서도 기존에 없던 막걸리세트 등이 대거 새로 개발돼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주류세트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와인세트의 매출이 지난해 예약판매 기간보다 49.5%나 증가했다. 10만 원대의 고급 과일세트를 찾던 수요가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급의 10만 원대 와인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도 올 추석을 맞아 7만∼10만 원대의 중저가 와인세트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최근 물량 보강에 나섰다. 2007년 최고의 호황기 후 침체기에 빠져들었던 국내 와인업계는 별 기대를 하지 않다가 예상 밖의 주문이 밀려들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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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분자주 세트를 파는 국내 주류업체 보해의 이병우 이사는 “주류업계에선 과일 작황이 안 좋으면 과일세트 대신 술세트 판매가 늘어난다는 게 오랜 정설”이라며 “대형마트에서는 4만, 5만 원대인 과일세트 대신 전통주세트가, 백화점에서는 7만, 8만 원대인 과일세트 대신 와인세트가 대체 선물인 셈”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kimsun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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