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냉해와 폭염, 태풍의 영향으로 과일 값이 크게 오르자 추석선물로 과일세트 대신 주류세트를 찾는 수요가 생겨나고 있다. 추석선물세트 중 과일세트와 가격대가 가장 비슷한 주류세트를 선택해 같은 효용을 얻으려는 이른바 ‘대체재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 ‘꿩 대신 닭’처럼 ‘과일 선물 대신 술 선물’인 현상이다.
현대백화점이 8월 20일∼9월 5일 추석선물 예약판매를 한 결과 지난해 예약판매 기간(8월 24일∼9월 16일)과 비교했을 때 전체 매출 중 주류세트 비중은 지난해(6.5%)와 올해(6.4%)가 비슷했지만 과일세트는 올해 9.8%로 지난해(10.5%)보다 0.7%포인트 줄었다. 판매수량에서도 과일세트는 지난해 5020개에서 올해 4720개로 줄어든 데 비해 주류세트는 지난해 3490개에서 올해 3530개로 늘었다.
사과와 배 등 과일세트의 가격이 지난해보다 20% 정도 오른 데다 이상기후를 겪은 과일의 맛을 소비자들이 염려하기 때문이라는 게 현대백화점 측 설명이다. 반면 주류세트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해 수준이면서도 기존에 없던 막걸리세트 등이 대거 새로 개발돼 나왔다.
신세계백화점은 주류세트 매출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와인세트의 매출이 지난해 예약판매 기간보다 49.5%나 증가했다. 10만 원대의 고급 과일세트를 찾던 수요가 프랑스 보르도 그랑크뤼급의 10만 원대 와인으로 이동했다는 설명이다. 롯데백화점도 올 추석을 맞아 7만∼10만 원대의 중저가 와인세트의 반응이 좋게 나타나자 최근 물량 보강에 나섰다. 2007년 최고의 호황기 후 침체기에 빠져들었던 국내 와인업계는 별 기대를 하지 않다가 예상 밖의 주문이 밀려들어 모처럼 활기를 띠고 있다.
복분자주 세트를 파는 국내 주류업체 보해의 이병우 이사는 “주류업계에선 과일 작황이 안 좋으면 과일세트 대신 술세트 판매가 늘어난다는 게 오랜 정설”이라며 “대형마트에서는 4만, 5만 원대인 과일세트 대신 전통주세트가, 백화점에서는 7만, 8만 원대인 과일세트 대신 와인세트가 대체 선물인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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