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일과 삶]이문희 대상FNF 대표 김치 세계화 길 찾은 IT소통의 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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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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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가집 브랜드 블로그 개설해 소비자 반응 살피며 소통 심혈

‘정보통신기기 마니아’인 대상FNF 이문희 대표가 유일하게 쓰지 않는 프로그램은 ‘게임’이다.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 가장 먼저 게임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이 대표는 “게임이 있으면 자꾸 하게 되기 때문에 원천 봉쇄한다”면서 웃었다.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정보통신기기 마니아’인 대상FNF 이문희 대표가 유일하게 쓰지 않는 프로그램은 ‘게임’이다.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면 가장 먼저 게임 프로그램을 삭제한다. 이 대표는 “게임이 있으면 자꾸 하게 되기 때문에 원천 봉쇄한다”면서 웃었다. 양회성 기자yohan@donga.com
대상그룹의 신선식품 전문 자회사인 대상FNF에는 두 달 전부터 종이서류가 사라졌다. 회의할 때는 각자 노트북으로 파일을 보거나 대형 스크린에 띄운 내용에 집중한다. 이문희 대상FNF 대표(47)는 웬만한 업무는 이동 중에 차 안에서 해결한다. 아이패드와 아이폰이 든든한 ‘지원군’이다. 집무실 컴퓨터에는 화상회의용 웹캠이 달려 있다. 이 대표는 “회장님에게 간단한 보고를 드릴 때는 문자메시지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 소통의 시대

이 대표는 정보통신기술이 가져오는 ‘개방성’과 ‘자유로움’에 매력을 느낀다. 그런 맥락에서 5월 자사 브랜드 가운데 하나인 종가집의 브랜드 블로그 ‘셰프쫑의 맛있고 건강한 이야기(blog.naver.com/chefzzong_)’를 개설했다. 이 블로그는 문을 연 지 3개월여 만에 누적 방문자 9만여 명을 기록했고 일일 방문자가 1000명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가 높다.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우리 제품에 대한 격려나 질책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들을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죠. 대상FNF나 종가집을 드러내기보다는 커뮤니케이션 자체에 중점을 두려 하고 있습니다. 블로그 이웃들이 함께 세상 사는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 친분을 맺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이 즐겁습니다.”

이 대표는 하루 세 번 이상 이 블로그에 들러 새 소식을 확인하고 시시각각 올라오는 소비자들의 반응을 세심하게 체크한다. 소비자들의 글에 댓글을 달고 게시판에 글도 남기지만 이 대표는 자신의 닉네임을 비밀에 부쳤다. 블로그를 운영하는 직원이나 찾아오는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는 펀치카드로 데이터를 읽었던 1970년대부터 컴퓨터를 사용했다. 개인휴대정보기(PDA)는 8개쯤 써봤다. 새로운 기기가 나오면 구석에 있는 기능까지 찾아서 써보는 것이 그의 취미다. 그는 “일반 이용자가 잘 쓰지 않는 기능에 대해 고객센터에 자주 질문하는 통에 제조사에서 꺼리는 소비자”라며 웃었다.

○ 전통의 재해석

이 대표가 브랜드 블로그 운영과 더불어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를 앞으로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것은 젊은 소비자층을 어떻게 공략할 것인가라는 질문과 맥락을 같이한다. 소비자 조사 결과 종가집이라는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들은 정적이고 전통적이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젊은층의 브랜드 인지도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종가집 브랜드가 과거 50대의 이미지였다면 앞으로는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 정도의 느낌을 소비자들에게 주고 싶습니다. ‘어머니의 손맛’을 강조하기보다는 한국식 신선비법 등 과학적 접근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고 있지요.”

김치 광고에 한복을 입은 나이 지긋한 여성을 등장시키기보다는 30대 후반의 전문직 여성이 셰프복을 깔끔하게 차려입고 김치를 요리하는 장면을 내세우고 싶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해외에서 김치 관련 행사를 열 때는 의도적으로 젊은 셰프들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

“‘김치는 한국의 것’이라는 데 머무르지 않고 세계에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것으로 지평을 넓히고 싶기 때문입니다. 외국인들도 ‘우리도 저런 음식을 해볼 수 있구나’ ‘낯설지 않은 것이구나’ 이렇게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려고 합니다.”

식사 전 애피타이저로 김치를 접하는 경우가 많은 외국인들을 위해 김치 저염화 연구도 하고 있다. ‘오리지널 김치’를 제대로 맛보이는 것과 외국인들이 먹기 좋게 만드는 것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것이 이 대표 앞에 놓인 숙제다.

○ ‘김치 월드’의 꿈

이 회사는 11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 김치홍보관인 ‘김치월드’를 열 계획이다. 김치를 중심으로 한 한식 세계화의 전진기지인 셈이다. 이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을 타깃으로 김치에 중점을 맞춰 한식을 소개하는 공간”이라면서 “수익사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치월드는 약 300m²(약 100평) 규모로 김치를 직접 만드는 실연공간, 제품 전시 및 판매공간, 우물을 연상시키는 영상실 등으로 구성할 계획이다. 김치월드에서는 김치전 등 김치를 이용한 음식을 비롯해 떡볶이 막걸리 등 한국음식을 쉽게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김치 파니니, 김치 프리타타(이탈리아식 오믈렛) 등 외국인을 위한 김치요리 영문 레시피북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인테리어 등 하드웨어에만 약 10억 원을 투자했으며 10여 명의 인력을 상주시킬 예정이다. 연간 방문객을 5만여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한국관광공사와 함께 ‘김치공장 견학과 김치 담그기 체험’ 프로그램을 외국인 대상 관광 패키지의 일정으로 넣기로 협의했다. 그 일환으로 김치월드 2시간 체험 프로그램 패키지도 만들 계획이다. 그는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모두 잠재적인 김치 소비자라고 여긴다. 김치와 한식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공간으로 김치월드가 자리 잡는 것이 그의 목표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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