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육류 신선도 높여라” 유통업체들 첨단기법 경쟁

  • Array
  • 입력 2010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3000만원 내고 ‘고등어 침술’ 비법 배워

신세계 이마트 ‘침술 고등어’
신세계 이마트 ‘침술 고등어’
유통업체들이 생선, 육류 등 매장에서 판매되는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산담당 바이어가 전국을 떠돌며 고등어에 침놓는 법을 배우기도 하고 ‘극신선 냉동법’ 및 첨단 산소포장 기법 등을 도입하며 신선도를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신선도가 높은 상품을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 기술 전수위해 日-제주까지 날아가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달 말부터 ‘극신선 냉동 고등어’를 도입했다. 기존의 냉동 고등어는 종이박스에 비닐 한 장을 깔고 고등어 20∼30마리를 함께 냉동하며 냉동기간도 1년에 이르렀다. 하지만 냉동기간이 길다 보니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고객들의 불만이 많았다. 이마트는 고심 끝에 올여름부터 종이박스를 보랭 효과가 높은 스티로폼 박스로 바꾸고 냉동기간도 1주일로 제한한 ‘극신선 냉동 고등어’를 새로 선보였다. 극신선 고등어는 경남 통영 양식장에서 고등어를 잡아 즉시 빙장 처리한 뒤 매장에서 판매한다. 고등어가 죽은 뒤 하루 안에 매장에서 판매하던 일반 생물 고등어보다 선도가 3배가량 높다는 것이 이마트 측의 설명이다.

이마트는 겨울철에는 침술 고등어를 도입해 살아있는 고등어를 매장에서 판매한다. 성질이 급하기로 유명한 고등어는 배송 중 대부분 죽기 마련인데 침술을 이용해 아가미처럼 생존을 위한 최소 부위만 움직이는 일종의 ‘가수면’ 상태에 빠뜨리는 방법. 침술로 고등어를 기절시켜 신선도를 유지하는 기법은 5, 6년 전 일본 오이타 현의 한 전문가가 ‘쾌면활어’라는 이름으로 처음 개발했다. 이마트의 수산식품 전문 바이어인 김석 과장은 이 기법을 배우려고 일본까지 날아가 사정했지만 그는 ‘영업기밀’을 절대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기술을 전수받지 못한 김 과장은 결국 납품업자들과 함께 통영의 양식장에서 고등어를 놓고 모든 부위를 침으로 찔러보면서 몇 개월 동안 실험을 했지만 급소를 찾아내지는 못했다. 그러던 중 김 과장은 우연히 제주도에 고등어 침놓는 사람이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 역시 횟집을 운영하면서 스스로 침술을 터득한 사람. 수소문 끝에 그를 만났지만 역시 선뜻 자신의 기술을 내놓으려 하지 않았다. 김 과장은 수차례 설득한 끝에 약 3000만 원의 ‘기술 이전료’를 내고 비법을 전수받았다. 현재 이마트에서 비법을 알고 있는 사람은 김 과장과 협력업체 직원 등 단 3명. 이들은 비법을 외부에 유출하지 않겠다는 각서까지 쓰고 계약을 맺었다. ‘침술 고등어’는 일반 생물고등어의 2∼3배 가격으로 비싸게 팔린다. 하지만 살아있는 고등어를 찾는 수요는 충분히 많아 기술 이전료가 전혀 아깝지 않다고 김 과장은 전했다.

○ 산소포장으로 산소처럼 신선하게

양어장 직원들이 배송 도중 죽기 쉬운 고등어를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기 위해 살아있는 고등어에게 침을 놓아 가수면 상태에 빠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세계 이마트
양어장 직원들이 배송 도중 죽기 쉬운 고등어를 살아있는 상태로 옮기기 위해 살아있는 고등어에게 침을 놓아 가수면 상태에 빠뜨리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신세계 이마트
‘산소포장’은 최근 유통업계에서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배송 기법이다. 이마트는 이번 여름부터 산소캡슐로 포장한 주꾸미를 판매하고 있다. 산소캡슐 방식은 캡슐 안에 해수를 담고 산소를 주입하는 방법으로 산지 포구나 어장에서 막 잡은 상품과 거의 같은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롯데마트는 경기 오산과 경남 김해의 최첨단 물류센터에서 중앙 관제 시스템을 이용해 냉장, 냉동상품 운송 차량의 온도를 실시간으로 체크하며 배송 중에도 선도관리를 하고 있다. ‘콜드 체인 시스템’으로 선도에 민감한 신선식품 및 냉장, 냉동상품을 적정 관리 온도 상태에서 상하차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부 돼지고기와 쇠고기에 ‘MAP(Modified atmosphere packaging)’라는 산소포장법을 도입했다. MAP는 진공포장의 개선책으로 개발된 포장방법으로 포장할 때 산소와 이산화탄소를 적정비율로 섞은 혼합가스를 주입하는 방법이다. 이를 통해 고기를 싼 포장용기 내의 공기 조성을 바꾸면 고기의 호흡속도가 늦어지고 미생물 성장이 감소하며 효소에 의한 오염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롯데마트는 설명했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동영상=신수경 주말요리 - 고등어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