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부동산 PF’가 왜 문제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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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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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프로젝트’ 사업성 보고 대출…잔액 48조원
금융권-보증 선 시공사, 미분양 속출로 모두 ‘끙끙’

Q. 최근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은행들의 부동산 PF(Project Financing·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이 우려된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데 PF가 도대체 무엇이고 왜 문제가 되는 것이죠?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부동산 PF 부실이 우려된다” “은행들이 부동산 PF 대출 잔액 줄이기에 나섰다” 등 PF 관련 기사가 최근 지면을 장식하고 있지요.

기본적으로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돈을 빌리는 사업자의 신용도와는 관계없이 그 사업자가 추진하는 프로젝트로부터 나올 현금과 자산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는 금융기법입니다. 큰돈이 들어가는 항만 도로 발전소와 같은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많이 활용되지만 최근 우리가 자주 접하는 부동산 PF는 아파트, 주상복합, 상가 건립에 따라 앞으로 들어올 분양수익금을 바탕으로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을 말합니다.

주로 사업자가 금융기관에서 자금을 빌려 토지를 매입해 건물을 올린 후, 이를 분양해 수익을 얻고 돈을 갚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이 과정에 시행사, 시공사, 금융회사라는 각기 다른 3개의 주체가 참여하지요. 시행사는 부동산 개발을 추진하는 사업주체입니다. 시공사는 시행사에 의해 선정되어 실제로 건물을 짓는 건설사입니다. 금융회사는 자금 공급을 담당하는데 부동산 PF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은행, 저축은행, 보험, 증권 등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PF에 참여했죠. 시행사들은 토지주인에게 땅 매입 전 계약대금을 지급하는 과정이나 ‘토지 매입’ 과정에서 모자라는 돈을 저축은행 등의 금융회사에 의존해 해결합니다. 매입한 토지에 아파트나 주상복합, 또는 상가를 짓는 마지막 단계에서는 일반적으로 큰돈이 들어가기 때문에 은행이 건설에 필요한 자금을 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신 보통 시행사는 영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금융회사는 PF대출을 해줄 때 대출조건에 시공사인 건설사의 보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부동산 PF에 왜 문제가 생기는 걸까요. 부동산 개발과정에서 저축은행이나 은행 같은 금융회사가 토지매입자금이나 건설자금의 형태로 시행사에 돈을 빌려주고, 시행사는 분양을 잘해 그 분양대금으로 대출금을 갚으면 아무 일이 없겠지요. 하지만 요즘처럼 부동산 경기가 좋지 않을 때가 문제입니다. 미분양이 속출하게 되고 그 결과, 분양대금이 대출금보다 적어지는 ‘부실’이 생기게 되는 것이지요.

PF 부실이 발생하면 분양을 잘 못한 시행사뿐 아니라 참여한 시공사, 금융회사에도 고스란히 영향이 이어집니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대부분의 금융회사는 건설사에 지급보증 혹은 빚을 갚을 것을 약속받는 채무인수약정을 요구합니다. 이 때문에 미분양으로 인해 부동산 PF가 부실해지면 건설사는 재무능력이 약한 시행사를 대신해 대출금을 갚아야 합니다. 해당 건설사의 재무상태도 좋지 않다면 상황은 더 심각해지지요. 우선 건설사는 분양수익금에서 나오는 건설대금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재무상태가 나빠져 부도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또한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대출금을 일부밖에 돌려받지 못하기 때문에 못 받은 대출금만큼 부실을 떠안아야 합니다. 즉, 대형 부동산 프로젝트에 엄청난 자금을 투입했건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돼 개발과정에 들어간 비용보다 분양대금이 적게 걷히면 건설사가 망할 수 있고 금융회사의 건전성도 위태로워지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어붙어 있습니다. 미분양되는 아파트와 주상복합이 속출하고 있고 상가 분양은 더 어렵습니다. 용산국제업무지구개발사업, 판교알파돔시티 등 대규모 PF 사업도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요.

이 때문에 금융권엔 긴장감이 감돕니다. 금융감독원과 시중은행 등에 따르면 올 6월 말 현재 시중은행의 PF대출 잔액은 약 48조 원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전체 대출규모는 축소되는 추세이지만 3월 말 기준 연체율은 2.94%로 2009년 말의 1.67%보다 무려 1.27%포인트나 높아졌지요. 은행은 덩치가 크고 PF 대출비중이 그나마 낮은 편입니다만 저축은행은 규모가 작은 데다 전체 대출에서 부동산 PF 대출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아서 더 곤혹스러운 상황입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부동산 PF 대출의 부실을 막기 위해 사업성 평가를 강화해서 무분별한 사업에 제동을 걸 방침입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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