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하! 경제뉴스]4개월만에 또 부동산 대책,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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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8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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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개입 주력 ‘4·23대책’ 시장 정상화에 역부족
본격 이사철 앞두고 고강도 처방… 약발 주목

《 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4월에 이어 이달 29일에도 잇달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았습니다.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계속 내놓는 이유는 무엇 때문인가요. 또 정부 대책으로 부동산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요. 》

당초 이명박 정부는 규제완화를 통해 부동산 경기를 활성화하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췄습니다. 정부는 2008년 6월 1가구 2주택자의 양도세 면제기간을 연장하고 지방 미분양 아파트의 취득·등록세를 50% 감면하는 것을 뼈대로 하는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같은 해 11월에도 서울 강남 서초 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를 제외한 나머지 지역을 주택투기지역과 투기과열지구에서 해제했습니다.

2008년 하반기 미국발 금융위기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기 시작했지만 정부의 활성화 대책으로 2009년 들어서는 집값이 다시 오르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위기 속에서 집을 마련하려는 수요자들의 가계부실을 우려해 정부는 2009년 9월 투기지역에서만 적용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비투기권 지역까지 확대했습니다. 10월에는 제2금융권까지 DTI 규제를 확대해 빚을 내 집을 사려는 수요자들의 돈줄을 사실상 봉쇄했습니다.

이에 더해 2009년 2월 12일∼올해 2월 11일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해 한시적으로 적용된 양도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면서 분양시장까지 침체됐습니다. 건설사들은 양도세 감면 혜택이 종료되기 전에 분양을 마치려고 예정돼 있던 물량을 대거 앞당겨 쏟아냈습니다.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공급 과잉이 빚어지자 신규 분양 아파트 상당수는 미분양으로 남게 됐습니다.

보금자리주택 공급도 부동산 경기 침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올해 3월 위례신도시 보금자리주택 공급, 3차 보금자리주택 5개 지구 발표, 5월 2차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실시 등으로 가뜩이나 사정이 좋지 않던 기존 주택시장은 더욱 악화됐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보금자리주택이 나오자 소비자들은 다른 아파트를 외면하고 오직 보금자리주택 청약에만 매달렸습니다. ‘보금자리이거나, 보금자리주택과 값이 같은 아파트가 아니면 집을 사지 않겠다’는 소비자들이 속출하는 바람에 아파트 거래가 사실상 끊기게 된 것입니다.

이처럼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자 건설사들은 유동성 위기를 맞았고 중견 건설사 및 지방 건설사가 하나 둘 문을 닫기 시작했습니다.

정부가 올해 들어 잇달아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을 내놓는 이유는 이처럼 자금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사와 주택 거래 실종으로 고통 받는 수요자들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입니다.

4월 23일 발표한 대책에서 정부는 건설사들의 자구노력을 전제로 대한주택보증의 환매조건부 매입 등을 통해 미분양 주택 4만 채 감소, 투기지역 제외 DTI 규제 제한적 완화, 국민주택기금 융자 확대 등의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시장 정상화가 아닌 공공개입을 통해 인위적으로 미분양 주택을 줄이려는 시도는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또 DTI 규제 완화 범위도 모든 주택이 아닌 신규 입주를 위한 기존주택 처분 매물로 한정한 데다 국민주택기금 융자 등은 대출자격이 까다롭고 어떤 매물이 해당되는지 파악하기도 어려워 4·23대책은 결국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했습니다.

29일 발표된 8·29대책에서는 서울 강남 3구 외 지역에서 DTI 규제를 금융기관 자율에 맡겨 사실상 폐지했습니다. 무주택자들에게는 주택기금을 통해 구입자금을 지원해주기로 하고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조치를 2년 연장했습니다. 또 보금자리주택 사전예약 물량을 줄이는 등 4·23대책보다 훨씬 강도 높은 방안들이 나왔습니다.

8·29대책에 대해 부동산 전문가들은 “경기침체와 보금자리주택 공급 등으로 내 집 마련을 미룬 실수요자라면 올해 가을쯤 준비를 해볼 만하다”고 권합니다. 이번 대책에서는 DTI 규제를 사실상 폐지한 데다 생애 최초 주택 구입자금 지원 등의 대책이 중·소형 아파트 소비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투자 목적의 거래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집값이 크게 오르려면 서울 강남의 아파트가 가격 상승을 견인해야 하는데 8·29대책에서는 강남 3구가 제외되는 등 투자 수요를 자극할 만한 내용이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번 정책이 집값 안정과 거래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것인지는 9월 이사철에야 판가름이 날 것으로 보입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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