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3대 신용평가사 손본다

  • 동아일보

“영향력 비해 규제 부족”
감독 위한 새기구 설립
영업정지-벌금부과 권한

무디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피치 등 미국계 3대 신용평가회사가 국가신용등급을 좌지우지한다는 일각의 부작용 논란과 관련해 유럽연합(EU)이 이들 신용평가회사를 규제하고 감독할 수 있는 새 기구를 만들기로 했다. AP통신에 따르면 EU가 설립할 새 신용평가기관은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을 규제하는 권한을 갖는다.

조제 마누엘 두랑바호주 EU 집행위원장과 미셸 바르니에 역내시장·서비스산업 담당 집행위원은 2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독자적 신용평가기구 출범과 신용평가사 규제를 핵심 내용으로 하는 신용평가사 규제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두랑바호주 위원장은 “미국의 세 회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민감한 신용평가를 도맡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새로운 규제 강화 방안에 따르면 내년에 출범할 예정인 유럽금융감독시스템(ESFS) 산하 3개 감독청 중 하나인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에 대한 감독권과 검사권을 갖는다. ESMA는 신용평가사의 △등록 △영업 감시 △검사 △등록 취소·정지, 벌금 부과 등의 제재 부과 등 포괄적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다만 신용평가사에 대한 ESMA의 제재는 피해를 본 회원국에서만 효력을 갖기 때문에 특정 국가에서의 영업과 관련해 제재를 받고 있는 신용평가사라 해도 다른 회원국에서의 영업은 제한받지 않는다.

국제신용평가 업무는 사실상 무디스, S&P, 피치가 지배하고 있으나 2008년 이들이 위험하고 복잡한 투자상품의 가치와 위험도를 정확히 평가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금융위기를 초래했다는 비난을 받아 왔다. 이로 인해 당시 대형 은행들과 연기금들은 수십억 달러를 손해 봤다. 이후 신용평가사들은 금융시장에서의 영향력에 비해 규제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특히 미국계 신용평가사들은 최근 몇 주간 그리스와 스페인 정부 채무에 대한 섣부른 평가로 유럽 금융시장 혼란을 초래했고 결과적으로 달러에 대한 유로의 가치 하락을 가져왔다는 지적을 받았다.

두랑바호주 위원장은 신용평가사 규제 방침과 관련해 “최근 유럽의 재정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바르니에 집행위원은 “관련 법규를 정비해 규제를 강화하고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것은 시작에 지나지 불과하다”며 추가 규제 계획을 내비쳤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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