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금융시장 “본격 엔低시대 오나” 기대감

  • 동아일보

엔화약세론자 간 나오토, 일본 차기총리 부상

《일본 민주당의 대표적인 ‘엔저(円低)주의자’인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 겸 재무상이 차기 일본 총리로 부상하면서 일본 금융시장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줄곧 90엔대 초반을 유지하던 엔-달러 환율이 급등(엔화가치 급락)하는가 하면 닛케이평균주가도 10,000엔대 회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일본 경제계는 소비세 인상을 통한 재정건전화, 법인세 인하 등을 추진해 온 간 부총리의 경제정책에 기대를 걸고 있다.》


엔화가치 급락-주가 급등… 수출기업들도 반색
유동성 공급-소비세 인상론도 시장서 긍정평가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의 퇴진과 간 부총리의 총리 후보 출마 사실이 함께 발표된 2일 도쿄 외환시장은 요동을 쳤다. 달러당 엔화가치가 전날보다 1.18엔 폭등한 92.18엔으로 장을 마감한 것. 엔화가치 하락은 3일에도 이어져 오후 4시 현재 92.47엔까지 올랐다. 그리스발(發) 재정위기로 89∼90엔대를 오르내리던 환율이 2주 만에 92엔대를 회복한 것이다. 이날 닛케이평균주가도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크게 올라 전날보다 310.95엔 오른 9,914.19엔으로 마감했다.

일본 금융시장이 ‘간 총리시대’의 개막에 기대를 거는 것은 그가 대표적인 엔화 약세론자이기 때문이다. 엔화가 달러 등 경쟁국 통화에 비해 지나치게 고평가돼 있어 일본 수출에 타격을 주고 결과적으로 경제회복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게 그의 일관된 주장이다. 올해 2월 재무상 취임 기자회견에서 “적정 환율은 90엔대 중반”이라며 “엔화가 좀 더 약세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폭탄발언은 단적인 사례. 이날 역시 통화당국자의 이례적인 구두개입으로 엔화가치는 급락하고 주가는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일본 금융계에서는 “간 부총리는 환율에 관한 한 엔저 신념이 확고해 총리가 되면 엔 약세를 유도하는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또 일본 경제계에서는 간 내각시대가 되면 “일본 은행을 압박해 유동성을 푸는 지금까지의 정책이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간 부총리가 유동성 확대주의자라는 점을 일본 경제계가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그는 재무상 취임 이후 줄곧 디플레 탈출을 위해 값싼 이자로 돈을 풀어 유동성 공급을 늘리자고 주장해왔다. 지난달 0.1%의 저금리 공급을 추가로 1조 엔 늘린 것도 간 부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다.

또 간 씨가 하토야마 정권에서는 발언하는 것조차 금기시돼 온 소비세 인상의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재정의 건전화에 노력해 온 점도 시장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간 부총리가 총리에 오른다고 해도 7월에 있을 참의원 선거 결과를 주목해야 한다는 신중한 의견도 나온다. 참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과반수를 얻지 못해 연립내각을 구성할 경우 연립 파트너가 누구냐에 따라 간 내각의 경제정책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경제전문가들은 민주당이 공명당과 연립할 경우 간 내각의 경제정책은 크게 달라질 게 없지만 자유시장 원칙을 존중하는 미니정당인 민나노당과 연립할 경우 정책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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