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업 10년… 국민 한사람 年21상자 주고받아

동아일보 입력 2010-06-03 03:00수정 2010-06-0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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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 성숙기 접어들어”
터미널-유휴 용달차 확충
규모-서비스 경쟁 불붙어
인천 대한통운 택배사업소에선 최근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택배상자가 혼자 흔들거리는 것을 본 직원이 뚜껑을 여는 순간 수탉 한 마리가 튀어나온 것. 의뢰인에게 연락해보니 “병아리를 사다 아파트에서 키웠는데 덩치가 커지고 새벽마다 울어서 시골에 보내려 한다”며 “닭 한 마리 보내자고 사람이 직접 가기가 그래서…”라고 말했다.

대한통운 관계자는 “닭, 토끼, 햄스터 등 각종 동물이 택배상자 안에서 종종 발견된다”며 “모두 택배가 일상화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말했다.

○생활 속 파고든 택배업


2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21상자의 택배를 보내거나 받았다. 우리보다 15여 년 먼저 택배 서비스를 시작한 일본(1인당 27상자)에 필적하는 수치다. 저녁 국거리로 쓸 쇠고기를 당일 오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주문하는 주부가 이상하게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택배 서비스의 질도 높아졌다.

김태승 대한통운 택배산업부장은 “국내 택배산업도 성숙기에 접어들고 있다”며 “지난 10년이 초고속 성장을 하면서 사업기반을 마련하는 시기였다면 앞으로는 메이저업체들 간 터미널 등 기반시설 확대를 통한 규모 경쟁, 고객 밀착형 서비스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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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업계는 최근 터미널 확충에 열중하고 있다. 터미널은 발송인으로부터 물건을 받은 후 배달하는 지역별로 다시 분류하는 장소다. 늘어나는 물량을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선 터미널 시설의 확보와 첨단화가 가장 중요하다.

대한통운은 올해 추석 전까지 720억 원을 투자해 대전 대덕구 문평동에 하루 50만 상자 이상 분류가 가능한 허브터미널을 만든다.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다. 대한통운 측은 “페덱스, DHL 등 세계적 물류회사가 쓰는 최신 자동화물 분류기를 설치할 계획”이라며 “예전보다 배송이 30% 더 빨라지고 정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택배는 서울 구로허브터미널 규모에 필적하는 허브터미널을 수도권에 하나 더 만들 계획이다. 한진택배는 “전체 택배의 50%가 수도권에서 이뤄진다”며 “새로 짓는 터미널과 구로터미널을 ‘투톱(Two-Top) 시스템’으로 삼아 수도권 소비자들에게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또 판매점도 택배 취급점으로


택배 물품을 보내고 받을 수 있는 택배 취급점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현대로지엠은 “현재 6000여 개인 전국 택배 취급점을 올해 말까지 1만 개로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현대로지엠은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GS리테일 등을 전담 택배 취급점으로 확보했다. 지난달부터 KT 서비스 매장인 ‘쿡앤쇼(Qook & Show)’에서도 택배 서비스를 시작했다.

로젠택배는 로또 판매점과도 계약을 했다. 로젠택배는 “수도권 로또 판매점 100여 곳과 시범 서비스를 시작했다”며 “세탁전문점과도 협약을 맺기 위해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택배업계는 최근 용달업계와 업무제휴 협약을 맺으면서 고질적 문제였던 택배차량 부족 현상도 얼마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통합물류협회와 용달협회는 지난달 유휴 용달차량을 택배업에 쓸 수 있도록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배명순 한국통합물류협회 사무국장은 “각 택배업체는 회사당 수백 대의 차량이 부족한 반면 용달차량은 7000대 정도가 놀고 있다”며 “협약을 통해 택배업계는 차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용달업계는 경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택배상자에서 나온 수탉은 어떻게 됐을까? 아직까지 살아있는 동물은 택배가 안 되기 때문에 의뢰인에게 돌아갔다.

김현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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