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카페]박삼구 명예회장 손 꼭 붙잡고 금호 창업주 부인이 남긴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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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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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구 그룹 명예회장은) 할머님(고 이순정 여사) 주무시게 다 나가 있으라고 하고, 소등도 하라고 했다. 불 꺼진 방에 두 분만 남고 한참이 지나도 말소리가 들리지 않아 옆문으로 들여다보았더니 회장님은 할머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숙이고 계셨다. 아마도 할머님은 그때 주무시지 않았을 것이다. 그간의 노고와 걱정을 위로하고 힘을 내라는 격려를 체온으로 전해주었을 것이다.”

김성산 금호고속 대표는 20일 사내 인트라넷과 금호고속 홈페이지에 고 박인천 금호아시아나그룹 창업주 부인 이순정 여사와 자녀들 간 숨은 일화를 공개했습니다. 최근 별세한 이 여사를 생전에 곁에서 지켜본 김 대표에 따르면 박 명예회장은 회사가 좋을 때보다 어려울 때 어머니를 더 자주 보러 왔습니다. 지난해 말 금호산업 등 주요 계열사에 대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개시 여부로 그룹이 힘든 상황에서도 매주 광주에 내려와 어머니를 만나고 갔습니다. 그러자 고인은 “그룹의 일도 바쁘고 복잡하니 그만 내려오라고 말씀을 드리라”고 김 대표에게 부탁했다고 합니다.

박 명예회장의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평소 이런저런 얘기를 재미있게 하는 성격이 아니어서 상대적으로 덜 자주 내려왔고, 내려오면 가만히 지켜보다 가곤 했다고 합니다. 둘째 딸 박강자 금호미술관장은 내려오면 꼭 하룻밤 자고 갔다고 합니다. 김 대표는 “막내딸인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은 독실한 불교신자인데, 막내딸이 내려왔다 가면 고인의 마음이 굉장히 편안해지셨던 것 같다”고 술회했습니다.

박 명예회장은 생존해 있는 3남 3녀 중 맏이라 그런지 주중에도 매일 고인에게 전화로 문안인사를 드리고 출근했습니다. 그러면 고인은 아들이 전화하기 전에 새벽같이 일어나 세수하고 머리를 빗고 옷을 갖춰 입은 후 전화를 받았다고 하네요.

그렇게 각별했던 모자간인데, 별세 전 고인은 맏아들에게 무슨 말을 남겼을까요. 아마도 “형제들끼리 잘 지내라”는 말을 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봅니다. 박 명예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그룹 경영을 둘러싸고 갈등을 겪어왔습니다. 현재 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워크아웃, 형제간 분할 경영 등 어려운 시기에 있습니다. 그룹 임직원들은 “지금이 오너 간 화합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말합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사기가 많이 떨어져 힘내라고 글을 올렸다”며 “형제는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1, 2년 어색하게 지내다가도 어떤 계기가 있으면 풀어지곤 하는데, 이번 기회에 두 분 사이가 좋아지지 않겠느냐”고 기대했습니다.

김현지 산업부 기자 n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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