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술인 막걸리는 역시 우리 쌀로 만들어야 제맛이 난다는 사실을 ‘술 인생’ 30년 만에 새삼 깨달았습니다.”
배중호 국순당 사장(57)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막걸리 맛은 쌀의 생산지보다 생산연도가 더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 과거 몇 차례의 샘플 실험 결과가 이런 생각을 갖게 만들었던 것. 하지만 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국순당 회의실에서 만난 그는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배 사장은 “수입 쌀 생막걸리를 생산하면서 쌓은 기술력을 우리 쌀에 접목했더니 훨씬 더 맛있었다”며 “이를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배 사장은 그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발언도 했다. 지난해 5월 첫선을 보인 이후 1년 만에 약 3000만 병을 판매한 히트상품 ‘국순당 생막걸리(생막걸리)’를 모두 신제품인 ‘우리 쌀로 빚은 국순당 생막걸리(우리 쌀 생막걸리)’로 교체하겠다고 했다. 수입 쌀로 만든 생막걸리는 1200원이며 우리 쌀 생막걸리는 1500원이다. 최근 경쟁이 치열해진 막걸리 시장에서 ‘가격’은 판매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순당 직원들조차 배 사장을 말렸다고 한다. ‘생막걸리 붐’을 타고 매달 매출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어서 배 사장의 이런 결정을 ‘실언(失言)’으로 오해한 직원들도 있었다는 것.
그러나 배 사장의 의지는 확고했다. 그는 “향후 막걸리시장은 가격경쟁에서 품질경쟁으로 한 단계 진보될 것”이라며 “국순당이 이 같은 흐름을 주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애국심 차원에서 ‘우리 술에 우리 쌀을 써야 한다’는 식이 아니라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 또 막걸리 전체 시장에서 2위인 국순당이 주력제품인 생막걸리를 우리 쌀로 만들면 나머지 업체들도 모두 따라오게 될 것이란 생각도 하고 있다.
국순당은 우리 쌀 생막걸리를 생산하면서 연간 1만4000t 이상의 쌀을 사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막걸리 생산에 쓰인 우리 쌀이 총 7000t인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양이다. 여기에 다른 막걸리 제조 회사들까지 동참할 경우 우리 쌀 소비 촉진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배 사장은 “국순당이 전면 교체하겠다고 해서 한번에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도 “의지를 갖고 유통업체와 판매업체 모두를 설득해 나갈 방침”이라고 했다. 또 수입 쌀로 만든 생막걸리에 들인 연간 40억∼50억 원보다 2배 이상 많은 마케팅 비용을 우리 쌀 막걸리에 쓸 계획이라고 한다. 그는 막걸리시장에 대기업이 참여하는 것에 대해 “많은 중소업체가 매출이 줄어들 것을 우려할지 모른다”면서도 “대기업 진출에 따른 유통시스템 개선 및 품질 향상은 막걸리가 세계 시장으로 도약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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