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갚기 힘든 건설사 232곳… 모두 부도나면 부실채권 5조”

  • 동아일보

KDI “구조조정 시급”

빚을 갚기 힘들 정도로 부실한 건설사가 232곳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조조정을 서두르지 않으면 금융시스템에 충격을 줄 수 있다고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적했다.

6일 KDI가 내놓은 ‘건설 부문의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기준으로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사는 232곳으로 전년보다 29곳(14.3%) 늘었다. 부실 위험이 높은 건설사는 2000년에만 해도 76곳에 그쳤지만 2004년 100곳을 넘어선 뒤 2005년 146곳, 2006년 163곳, 2007년 203곳 등으로 매년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부실 건설사가 급증한 것은 공사를 맡은 중소형 시행사들이 대규모 자금을 은행에서 차입할 때 시공사인 대형 건설사가 지급 보증하는 방식으로 개발사업을 추진하는 관행이 건설업계 전반으로 확산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외부 감사를 받는 대형 건설사의 2006년 기준 부채비율은 외형상 200% 선으로 안정적인 듯 보이지만 시행사까지 포함한 전체 건설업의 부채비율은 500%대에 이른다. 시행사가 부실해지면 대형 건설사까지 휘청거릴 수 있는 구조다. 일례로 최근 법정관리에 들어간 성원건설의 재무제표상 부채는 5414억 원이지만 이와 별도로 지급보증 규모가 9792억 원에 이르렀다.

임경묵 KDI 연구위원은 부실위험이 높은 232개 건설사가 모두 부도를 낸다면 금융권의 부실채권이 5조 원가량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급보증 규모까지 감안해 개별 건설사에 대한 평가를 엄밀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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