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소기업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책자금을 유망 중소기업들에 집중적으로 지원해 이들을 중견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중기 범위 축소에 반발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아 실제 입법에 이르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김동선 중소기업청장(사진)은 7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기존 중소기업 지원이 운용상 꼭 필요한 곳이 아닌 ‘나눠먹기’식으로 흘러 정책효과가 크지 않았다”며 “중기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현행법상 중소기업 범위에 대한 조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기업 환경이 최근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중소기업의 종업원 수나 자본금에 대한 기준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망기업을 선별 지원하면서 동시에 소상공인 등 소외계층을 보호하는 방식의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중기청 관계자는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상 근로자 수 및 자본금 기준을 소폭 낮추거나 매출액 기준을 새로 적용해 중소기업 범위를 줄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새 기준에 따라 중기 범주에서 벗어난 기업들에는 정책자금 일부가 사라지는 대신 연구개발이나 판로 확보 지원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청은 중소기업기본법 개정안에 대한 연구용역이 끝나는 대로 부처 간 협의를 거쳐 올해 8월경 이를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현행 중소기업기본법상 중소기업 범위는 ‘상시 근로자 수 300명 미만 또는 자본금 80억 원 이하’로, 이 중 적어도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면 정부의 각종 중기 정책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며 중소기업이 아닐 경우에 비해 세금 등 1300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다. 따라서 이 기준을 조정하면 정부의 중기 지원 대상이 줄어들어 이해 당사자인 중소기업계에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김 청장도 “(중기 범위 조정으로) 불이익을 볼 수 있는 계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중소기업계의 이해관계와 정부의 재정부담, 중견기업 정책 등을 모두 감안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정부의 중기 범위 축소 방안과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한 국책 연구기관 관계자는 “작년에 중기 정책자금이 남발되면서 좀비(zombie) 기업까지 양산된 측면이 있다”며 “정책자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창업기업들에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중기 범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유럽연합(EU)의 중기 기준이 종업원 수 250명”이라며 “정보화로 생산성이 크게 높아진 만큼 시대 흐름에 맞게 현행법상 종업원 수 기준을 낮추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한 민간 연구소 관계자는 “기본적인 인프라가 바뀌지 않는 한 중기 범위 조정으로 중소기업 생산성이 크게 향상될 것 같진 않다”며 “실제 입법화 과정에서도 상당한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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