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퇴임하는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가 끝난 뒤 기자간담회에서 “지난 4년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했던 여러 행동은 해명이나 설명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지만 나름대로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의 발언과 일거수일투족에 주목해왔던 경제전문가들의 평가는 어떨까. 동아일보 경제부는 최근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이 총재의 4년 업무 성적표에 대한 심층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 평가에서 전문가들은 100점 만점에 평균 69.9점을 줬다. 재임기간에 정권 교체, 글로벌 금융위기 등 굵직한 현안들이 줄지어 있었던 점을 떠올리면 나쁘지 않은 점수다.
한은 총재로서 갖춰야 할 능력 중에서는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85점으로 가장 높게 평가했다. 이어 한은의 독립성 유지(75.7점)와 한은 내부에서의 통솔력(75.7점), 경기 진단 및 예측 능력(71.4점)에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줬다. 반면에 정부와의 소통 능력(57.1점), 대외 커뮤니케이션을 포함한 시장 친화력(62.1점)은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이런 평가결과는 전문가들이 꼽은 이 총재의 잘한 점과 미진한 점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업적으로 7명(이하 복수응답)이 ‘금융위기 이후 효과적인 대처’를, 6명은 ‘안정적인 통화정책 운용’을 각각 꼽았다. 통화정책에 대한 전문성을 높게 평가한 것이다. 반면에 금융위기를 사전에 대처하는 데 미흡했다는 지적도 6명으로부터 나왔다. 2008년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가 발생하기 직전인 8월에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10월에야 금리를 내리는 등 오락가락했던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전문가들은 이 총재가 금융위기의 사전 대처엔 미흡했지만 사후 대응은 양호했다는 평가를 내린 셈이다.
시장과 정부에 소극적 대응 태도(5명)를 보이고 정부와 갈등(3명)을 빚은 점도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됐다. 한 전문가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정부가 노골적으로 ‘금리인상 시기상조론’을 내놓으며 통화정책에 개입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는데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한국은행법 개정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업계 등과 끊임없이 갈등을 빚었던 점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런 점을 의식해서인지 이 총재는 최근 “나도 (정부와) 절대 싸우고 싶지 않았다”며 “형편에 따라 적절한 대응을 하려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는 이 총재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시간이 좀 더 지나봐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김중수 차기 한은 총재 내정을 앞두고 제기된 ‘중앙은행 총재에 대한 청문회 필요성’에 20명 가운데 14명(70%)이 찬성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6명은 원칙적으로는 필요하지만 정쟁의 대상이 되거나 도덕성 ‘흠집 내기’로 흘러 취임 후 효율적인 업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반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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