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z Golf]수도권 골프장 ‘봄 시즌 언제쯤 오려나’ 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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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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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자주 내려 휴장 비일비재
골퍼들 지방-해외로 몰려
그린피 인하 등 유치 안간힘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요즘 이런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잦은 폭설에 휴장 일수는 늘었고 지방 골프장에 대한 세금 감면과 해외 골프 관광객 증가로 내장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쌓인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제설 작업을 하기 위해 직원이 카트를 몰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니다. 수도권 골프장에서는 요즘 이런 말이 절로 나올 만하다. 잦은 폭설에 휴장 일수는 늘었고 지방 골프장에 대한 세금 감면과 해외 골프 관광객 증가로 내장객 감소에 시달리고 있다. 눈이 쌓인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제설 작업을 하기 위해 직원이 카트를 몰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회사원 A 씨는 며칠 전 모처럼 평일에 휴가를 냈다. 지인들과 경기 북부의 한 명문클럽에서 라운드 약속을 했기 때문. 설레는 마음으로 D데이를 기다리던 그는 하늘을 원망해야 했다. 라운드 전날 때 아닌 폭설로 골프장이 휴장을 결정해 하루를 공치게 됐다.

올 들어 그 어느 때보다 눈이 자주 오고 늦게까지 내리고 있다. 겨우내 골프 시즌을 기다려온 주말 골퍼의 가슴을 태우게 할 뿐 아니라 특히 수도권 골프장은 영업에도 큰 손실을 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 초 서울 지역에 눈이 온 날은 14일이며 마지막으로 눈이 온 날은 3월 3일이었다. 올해는 함박눈이 쏟아진 22일을 포함해 눈이 온 날이 20일에 이르렀다.

연초부터 수도권 주요 골프장은 하염없이 쏟아지는 눈 폭탄에 장기 휴장을 되풀이했다. 삼성 에버랜드 계열의 가평과 안성 베네스트GC는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내장객이 20%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눈뿐 아니라 꽃샘추위, 황사 등 짓궂은 날씨에 시달리고 있는 수도권 골프장은 올 10월까지 2년간 일몰제로 시행되고 있는 조세특례제한법(조특법)의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비수도권 회원제 골프장에만 적용되는 조특법으로 세금을 감면해 주면서 지방 골프장들은 5만 원가량의 그린피 인하 효과를 봤다. 주말 골퍼들이 저렴한 골프장으로 몰려들면서 특히 강원, 충청 지역과 접경인 경기 여주군, 안성시 등 소재 골프장들의 타격이 심했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자료에 따르면 회원사 골프장 중 작년 한 해에 전년 대비 내장객이 감소한 골프장은 총 67곳인 것으로 집계됐는데 그중 55곳이 수도권에 집중됐다.

환율이 떨어지면서 해외 골프 투어가 다시 늘고 있는 것도 악재다. 한국골프장경영협회 조창기 부장은 “외국 골프장을 찾는 관광객의 60%가 수도권 거주자로 분석됐다. 중국과 일본 골프장들은 그린피를 5만∼8만 원 낮춰 한국 골퍼들을 유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 골프장들은 고객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여주 금강CC는 요일과 시간별로 그린피를 1만∼3만 원 깎아준다. 화성 기흥CC도 18만 원이던 비회원 주중 그린피를 최대 13만 원으로 내렸다. 골프장 이용객의 1인당 세금이 8만 원이나 되는데도 골프장 측은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가격을 인하하는 것이다.

여주 이포CC는 주중 무제한 예약과 정회원 요금 등 파격적인 조건의 주중 회원권을 계좌당 3000만 원의 입회금에 분양하고 있다. 안성 베네스트GC는 그린피 인하와 함께 경품권 행사를 통해 식음료를 무료로 제공하며 고객 유치에 나섰다.

이포CC 김성원 사장은 “조특법을 수도권에도 확대 시행하는 방안이 절실하다. 이런 상황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해외 골프장과의 경쟁에서 밀려 부채가 많은 신설 골프장 같은 경우 도산 사태를 부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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