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균 논설위원의 추천! 이번주의 책]이야기 한국경제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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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0년 3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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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좋은 이념보다 옳은 이념이 필요하다
이야기 한국경제/ 좌승희 지음/ 332쪽·1만5000원·일월담
대한민국 성공경제학/ 좌승희 지음/ 152쪽·9800원·일월담

경제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영국의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는 그의 대표적인 저작 ‘국부론’에서 부(富)의 원천을 탐구했다. 그가 한 나라의 부는 어떻게 창출되며, 또 어떻게 증가하는지에 대해 관심을 기울였던 것처럼 성장과 발전은 경제학자들에게는 영원한 탐구의 대상이다. 이 책의 저자는 한국의 대표적인 시장경제학자로 경제학의 본연의 담론인 경제발전 문제에 대해 독창적인 이론을 제시해 왔다.

저자는 ‘신국부론’(굿인포메이션·2006년)에서 보편적인 발전원리를 모색한 뒤 ‘진화를 넘어 차별화로’(지평·2008년)에서는 세계 주요 국가들의 발전 사례를 포괄해 경제발전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다. 이번에는 그의 발전이론을 한국 경제에 적용해 일반 시민들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두 권의 책으로 엮었다.

대개 경제학 이론서들은 난해하고 읽는 재미가 없다. 어렵기도 하거니와 명쾌한 주장이 없는 탓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현실 경제에 적용하기에는 맞지도 않고 무리한 점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다른 경제학 책들과는 달리 주장하는 바가 뚜렷하다. 독자들은 아마도 저자의 주장에 동의할 것인가, 거부할 것인가를 두고 판단을 강요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 책을 읽다 보니 예전에 어느 교수가 던진 질문이 생각난다. “경제발전을 하려면 자본이 필요한데 한국은 자본이 부족하다. 자본을 만들려면 한곳으로 모아야 하는데 그러자면 빈부의 격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자본과 분배 가운데 어느 것을 택할 것인가.” 이 말을 듣고 발전의 과정에서는 균형보다는 불균형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로 이해한 적이 있다. 한 나라의 각 분야와 지역을 고루 발전시키려다 보면 오히려 발전이 지연되기 쉽다. 잘하는 곳이 먼저 성공하고 발전해야 뒤처진 곳도 성공 노하우를 배워 발전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저자는 그의 발전이론을 ‘흥하는 이웃이 있어야 나도 흥한다’는 한마디로 요약한다. 영국의 산업혁명은 영국에만 머물지 않고 독일 프랑스 같은 대륙 국가들로 넘어갔다. 미국도 일본도 성공 노하우를 훔쳐 선진화를 이룬 것이다. 이어 일본의 노하우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이 무임승차하고 이제는 중국이 다시 한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제발전이란 성공 노하우의 무임승차 과정일 뿐이다.

결국 선진국으로의 도약을 위한 국가운영 전략은 어떻게 흥하는 이웃이 넘쳐나도록 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선 올바른 이념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어떤 이념을 갖고 있는가에 따라 경제정책이 달라지고 그 성과도 판이하게 된다는 것이다. 좋은 이념보다는 올바른 이념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국민 모두가 주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은 좋은 이념이지만 바로 그런 이념으로 인해 미국이 전대미문의 금융위기를 겪게 됐다는 것이다.
박영균 논설위원 parkyk@donga.com
▼인간 이건희의 ‘희로애락애오욕’ 드라마
이건희 스토리/ 이경식 지음/ 512쪽·2만 원·휴먼앤북스▼

평전 형식인 이 책은 한 장의 흑백 사진에 대한 해석으로 시작한다. 삼성그룹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이 젊은 시절에 아들인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과 나란히 포즈를 취한 사진이다. 초등학교 저학년 정도로 보이는 사진 속 ‘소년 이건희’의 표정에서 불안을 읽어낸 저자는 ‘인간 이건희’의 모습을 연대별로 추적한다.

유년 시절, 가족과 떨어져 유학생활을 하며 시작된 이 전 회장의 외로움은 오래갔다. 그는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개와 영화에 애정을 쏟았고, 기계와 레슬링에 몰두했다. 후계자가 되기까지는 아버지의 혹독한 경영수업을 받아야 했다. 마침내 최고 자리에 올라 삼성을 세계 일류기업으로 키워냈지만 법정에 서기도 하는 등 그의 인생은 한 편의 드라마였다.

매끄러운 글솜씨로 이 전 회장의 인생을 꼼꼼하게 풀어 쓴 저자는 “희로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이 교차하는 인생의 굽이길을 걸어온 이건희라는 한 인간을 가깝게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양다리 연애’와 닮은 기업 납품업자 거래
경제학 카운슬링/ 팀 하포드 지음·안진환 옮김/ 336쪽·1만3800원·웅진지식하우스


“연애 때 여러 명의 상대와 동시에 사귀는 문제(이른바 ‘양다리 걸치기’)는 기업이 납품업자 수를 최적으로 결정해야 하는 문제와 비슷하다.”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해 경제학적 관점의 대안을 제시하는 150여 개 사례를 모은 책. ‘경제학 콘서트’로 유명한 저자가 세계적 경제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에서 독자들의 질문에 응답한 내용을 묶었다. 연애 상대를 늘리면 ‘진정한 그(그녀)’를 만날 가능성은 높아지지만 그 선택이 연애 대상들에게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기업이 여러 곳의 납품업자와 거래할수록 기업은 가장 품질이 좋고 비용이 싼 곳을 선택할 수 있지만 너무 많은 납품업자와 거래하면 그들이 불안감을 느끼고 해당 기업과의 관계에 충실하지 않게 된다.

연애뿐만 아니라 출산 및 육아와 관련된 가족생활, 시간 활용 및 이직을 앞둔 상태의 직장생활, 심지어 자꾸 사라지는 양말 한 짝에 대처하는 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과 해법을 읽다 보면 ‘경제학적 세상 보기’에 한층 가깝게 다가갈 수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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